윤곽 드러난 PF 정상화 방안…금융권 호응 이끌까
부동산 경기 불황 장기화에 의문부호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업성 평가기준을 개선하고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 공급을 강화한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가 '뉴머니'를 투입해 부실 사업장의 소방수로 나서게 됐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부실 사업장을 흡수하는 금융사는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에 당국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호응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은행·보험 최대 5조원 투입…인센티브로 구조조정 박차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3분기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과 삼성생명·한화생명·메리츠손보·삼성화재·DB손보 등 10개 금융사를 통해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은행과 보험사를 자금 지원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금융사들은 당국의 PF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에 경락자금대출, NPL 매입 지원, 일시적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부실이 전이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당국은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책을 제공한다. 업권별로 총 10가지의 인센티브가 제시됐다. 당국은 부실화된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사에 대해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체계에선 부실 사업장에 자금을 지원하면 해당 채권은 '요주의 이하'로 분류된다. 정상 여신의 경우 2~3%의 충당금만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 이하부터는 단계적으로 10~100%까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금융사의 손실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임직원 면책권도 부여한다. 사업장 재구조화에 나서는 금융사를 중심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의사결정자의 책임 문제가 생길 것이란 불안감이 조성돼 왔다. 당국은 이같은 불안감이 사업장 재구조화 추진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자금공급과 재구조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선 금융사 임직원의 책임을 면해주기로 했다.
"인센티브가 아니라 전제조건"…금융권 소극적 태도 여전
당국이 금융사의 자금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인센티브가 회계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에 불과한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형식적인 참여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경기가 쉽게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임직원 면책이나 리스크에 관한 금융권의 지적이 일부 반영돼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부동산 경기에 장기적으로 의문이 있는 상황에 손실에 대한 리스크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당국은 부실 이전 문제에 관해선 선을 그었다. 금융사 역시 내부 이사회를 거쳐 사업장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부실 사업장을 강제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금융사의 자본 여력이 충분해 손실을 감수하고 지원에 나서기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은행 수익이 20조원이 넘어가고, 보험도 한 6~7조원이 된다는 점에서 규모가 크지 않다"며 "그 정도는 감내 가능한데 무조건 부실을 손실 보고 사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확정된 방안들은) 기존 거론되던 인센티브 방안에서 특별히 벗어나지 않았다"며 "자발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건 전제 조건이지, 적극적인 참여 유인이 제공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암코 등 잠재 부실 처리 참여 과정에서 공동 조성한 기금에서 배당수익이 크게 발생하는 등 은행권에 이익을 확대한 사례도 있어 인센티브만 확실하다면 은행들의 자금 투입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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