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엄마가 화 내야 말 듣는 아이, '기질' 먼저 확인하라

칼럼니스트 김혜경 2024. 5. 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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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놀이치료사의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산만한 기질 아이에게 지시는 한 번에 한 번만!

Q. 안녕하세요. 저는 두 딸을 키우는 40대 주부입니다. 일곱 살 둘째와 소통이 요즘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첫째보다 요구가 많고 고집도 센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 더 말을 안 듣네요. 아침마다 등원할 준비 하라고 하면 꼭 딴짓하고, 밥도 너무 느리게 먹어서 식사시간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첫째는 이 나이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곧잘 했는데, 둘째는 한 두 번 말해선 듣는 법이 없고 꼭 제가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야지 울면서 겨우 말을 듣습니다. 다음부터는 말을 잘 듣겠다고 해놓고 다음 날이 되면 또 같은 일로 화를 내게 합니다. 화를 내고 나면 저도 너무 속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침마다 화를 안낼 수 있을까요?

일곱 살 둘째, 좋은 말로 해선 결코 엄마 말을 안 듣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A. 안녕하세요. 어머니. 둘째와의 관계에서 어머니가 화를 내야 아이가 말을 듣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더 나은 양육방식을 찾고 계시군요. 매일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야 하니 어머니도 괴롭고 지치는 마음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양육방식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아이의 문제 행동의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와 비교하여 둘째는 요구가 많고 고집이 있는 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동일한 환경이나 자극에 대해 두 아이가 다르게 반응한다면 어머니가 가장 먼저 염두에 두실 것은 기질입니다. 

◇ 산만한 기질의 아이, 엄마가 화내면 불안해요

특히, 행동이 산만하고 굼뜨는 것, 지시사항에 대해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둘째는 주의의 폭이 넓고 자극에 대한 산만성이 높은 기질로 타고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양말을 꺼내기 위해 서랍문을 열려고 할 때 서랍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스티커에 집중하느라 양말을 꺼내는 것을 종종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있을 때는 어머니의 지시하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 아이가 갑자기 말을 듣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아이가 의식적으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뇌의 기능으로 설명해보자면, 시간 관리와 행동 순서를 정하는 이성의 뇌가 자극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는 신호를 받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하는 뇌가 자극되는 것이지요. 아이는 화난  어머니의 목소리를 위험으로 느껴서 무섭기 때문에 울음을 터뜨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인해 긴장감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이의 신체는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위험에 방어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겨 불안이 높은 아이가 될 수 있어요. 또한,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높은 상태에서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배울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매일 똑같은 행동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산만한 기질의 아이에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말해주세요

이처럼 첫째와 둘째가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머니는 첫째를 키울 때 했던 양육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먼저, 아이의 기질과 수준에 맞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아침에 등원 준비 과정에서 어머니가  "얼른 밥 먹고 옷 입어"라고 말씀하셨다면 이것은 두 가지의 지시가 포함된 것이고 주의가 산만한 아이에게는 지시가 분명하지 않다거나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머니는 한 번에 한 가지 수행에 대해서만 말씀해 주시고, 첫 번째 수행(밥먹기)이 끝난 다음에 두 번째 수행(옷입기)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때 수행 시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것이 좋은데 "30분 동안 먹어", "30분까지야"라고 말씀하기보다는 시계를 보여주면서  "00아, 지금이 8시이고, 8시 30분까지 30분 동안 밥을 다 먹는 거야."라고 말씀해주셔야 시간개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늑장을 부리더라도 재촉하기보다는 "이제 10분 남았어", "이제 5분 남았어"라고 차분하게 시간을 알려주어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조절 할 수 있게 촉진해주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아이의 산만함이 가중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옷을 입을 때는 장난감이나 관심이 갈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게 해주시고, TV나 태블릿 같은 미디어는 볼 수 없도록 하여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 같은 경우 놀이치료실에 오는 아동 중 산만함이 너무 높은 아이들에게는 블라인더로 놀잇감을 가려서 시각자극을 최소화해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어머니가 아이에게 화를 내실 일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아이가 어머니 마음만큼 잘 따라와주지 않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원래 기질이라는 것은 천성적이고 유전적이지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한 두 번 시도해보고 안된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반복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기질을 보완해갈 수 있는 습관을 몸과 마음으로 익혀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김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놀이치료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놀이심리상담사 2급(한국놀이치료학회), 청소년상담사 2급(여성가족부), 임상심리사 2급(한국산업인력공단)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놀이치료실 놀이치료사로 일했다. 현재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센터 강서점에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로보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아동심리상담, 놀이치료, 부모양육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해 현재 2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종합 정신건강 플랫폼이다.

■ 엄마, 아빠를 위한 전문가 칼럼: tip.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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