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불분명한 사람까지 신상공개 '디지털교도소' 접속 차단

박재령, 금준경 기자 2024. 5. 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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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통신소위 디지털교도소에 접속차단 시정요구 의결
"집주소, 전화번호, 가족관계까지… 경각심보다 괴롭힘 목적"

[미디어오늘 박재령, 금준경 기자]

▲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범죄 혐의자 신상을 공개한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만장일치로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방심위는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를 열고 위원 5인 만장일치로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접속차단(시정요구)를 의결했다. 디지털교도소는 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적 제재 사이트로 살인사건 피의자, 폭행사건 피의자, 워마드 운영자, 전세사기범 등의 신상을 공개한 상태다.

방심위 사무처는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다시 공개하거나 사적 제재라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법령을 위반하고 있다”며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이트 운영자나 전현직 판사 등의 신상정보도 함께 게재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처는 “사이트 운영자가 확실한 경우에만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다수의 현행법 위반 청구가 존재하고 있다”며 “현행 사법체계를 부정·악용할 목적으로 사이트가 개설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됨에 따라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히면서 '접속차단' 의견을 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위원들 역시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윤성옥 위원은 “범죄가 확정되지 않거나 범죄 경중이 매우 차이 남에도 합리적 기준 없이 무차별적으로 신상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며 “범죄자의 얼굴, 성명, 나이뿐 아니라 구체적인 주소, 전화번호, 직장명, 가족관계까지 노출되고 있다. 이것들을 국민의 정당한 관심 사안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범죄 경각심이나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하기보단 범죄자나 피의자에 대한 협박, 괴롭힘이 주된 목적 같다”며 “범죄자나 피의자더라도 신상정보는 법적 테두리 안의 허용 범위 안에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내리는 접속차단 의결은 사이트를 없애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못 보도록 통신사(ISP,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차단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사이트 운영자가 사이트 URL을 변경하면 다시 유통이 가능하다. 사무처는 “다시 생겨나는 URL에 대해 사무처가 모니터링을 통해 다시 안건으로 올려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자는 다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사한 성격의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는 2020년 방심위에서 접속차단된 전례가 있다. 당시 심의 땐 디지털교도소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2020년 첫 심의 결과는 3:2로 '해당없음'이 의결됐고, 이후 재심의에 나서면서 4:1로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사이트 내의 게시물이 문제가 있다는 점에선 공감했지만 일부 게시물의 공익성이 있다고 볼 것인지와 일부 게시물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이트 전체 차단이 적절한지가 논쟁이 됐다. 통상 법원에선 사이트 게시물 전반이 불법일 때 '차단'을 결정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2020년 논쟁 당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사이트 전체를 보라'고 한다. 모든 개별 게시글이 불법성을 갖는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일부 잘못된 게시글 외에 다른 게시글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공익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번 심의에서 윤 위원은 시정요구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률 위반으로 보이는 신상공개는 4건”이라며 “이 4건으로 이 전체 사이트를 접속 차단해야 한다고 말하기엔 조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법원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양영희 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디지털교도소 운영 외에도 대마 흡연,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등 혐의도 있었다.

재판부는 디지털 교도소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 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며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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