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푸티지 호러에 레트로를 더하면···영화 ‘악마와의 토크쇼’

김한솔 기자 2024. 5. 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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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토크쇼> 스틸 컷. 찬란 제공

2010년 개봉한 공포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제작비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만5000달러의 초기 제작비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억93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영화에 적용해 흥행시킨 사례로도 유명하다. 파운드 푸티지는 우연히 발견된 과거 영상을 틀어주는 콘셉트의 연출 기법이다. 매끄러운 화면 대신 누군가 캠코더로 촬영한 듯한 거친 화면이 특징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해 페이크 다큐멘터리나 공포 영화에 주로 쓰인다.

오랜만에 잘 만든 파운드 푸티지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가 극장을 찾았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그날의 생방송 테이프가 47년 만에 발견됐다’는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 공포 영화다. 지난 8일 CGV에서 단독 개봉해 극소수의 상영관이 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6일 만에 4만2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는 1970년대 미국의 데일리 심야 TV토크쇼인 ‘올빼미 쇼’가 촬영된 몇 시간의 일을 다룬다. 잭 델로이(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는 이 쇼의 진행자다. 한때 꽤 잘나갔지만 이제는 전성기를 살짝 지나버린 그의 방송 시청률은 계속 하향세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했던 아내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다.

침체기를 보내던 잭은 1977년 10월 31일, 핼러윈 당일 자정이자 주간 TV 시청률 집계 주간이 시작되는 날 방송에 사활을 건다. 이날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으면 잭도, ‘올빼미 쇼’도 영영 퇴장해야 한다.

핼러윈에 열리는 심야 토크쇼인 만큼, 이날 게스트들은 ‘공포’에 특화된 인물들로 초대된다. 첫 번째 게스트는 죽은 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영매, 두 번째는 영매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귀신 잡는 사냥꾼’, 세 번째 게스트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악마에 씌였다는 소녀와 그 소녀를 돕는 박사다. 토크쇼는 의심과 경탄, 설득과 반박이 오가며 그럭저럭 잘 진행된다. 멀쩡하던 영매 출연자가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며 몸의 이상을 호소하고, 소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잭을 쳐다보기 전까지.

<악마와의 토크쇼> 스틸 컷. 찬란 제공

영화는 파운드 푸티지의 매력을 꼼꼼하게 살렸다. 영화 초반부는 1970년대 유명 TV쇼 진행자인 잭 델로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나머지 중후반부는 관객에게 당시 녹화된 테이프를 틀어주는 것처럼 제작됐다. “이제 여러분은 최근 발견된 그날 밤 영상을 보실 겁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비하인드 영상도 있죠.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생방송 ‘악마와의 토크쇼’ 입니다”는 내래이션과 함께 영화의 타이틀이 뜬다. 영화 중간중간 스튜디오에서 소란이 벌어질 때마다 실제 방송처럼 ‘송출 오류’ 화면이 뜬다. 1970년대 후반 미국 토크쇼 세트장의 레트로한 색감과 분위기를 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 요소다.

영화 <듄> <오펜하이머> 등 수많은 유명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이 잭 델로이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시각 효과에 15만 달러만 쓴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독창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7%를 기록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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