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앞세운 중국 전기차 돌풍…‘자동차 천국’ 미국도 긴장

권재현 기자 2024. 5. 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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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시걸’(Seagull) 이미지. BYD 홈페이지 캡처

중국산 전기차가 세계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선두에 비야디(BYD)가 있다. 내수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중인 비야디는 ‘전기차의 제왕’ 자리를 고수해온 테슬라의 아성마저 무너뜨릴 기세다.

13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비야디는 2008년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이래 업계 최초로 누적 판매량 600만대를 지난해 11월 돌파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여세를 몰아 18.5%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성장한 데 따른 결과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오히려 역성장(-2.4%)하며 점유율 13.1%에 그쳤다.

배경엔 막대한 정부 보조금, 치열한 내수 경쟁, 핵심광물부터 배터리를 거쳐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자체 조달 및 생산 능력을 갖춘 비야디의 공급망 수직계열화 정책이 있다. 이를 통해 테슬라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쫓아오기 힘든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저가의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

올 초 출시한 신형 ‘시걸’(Seagull)이 대표적이다. 1만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한 가격으로 시장에 나와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걸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을 넘어서지 못하리라는 시장의 애초 예상을 깨고 벌써 흥행몰이 중이다.

생각보다 우수한 성능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저렴한 경형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면서 최근 판매량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지난 3월(이하 현지시간) 시걸에 대해 “예상외의 매출 호조와 비야디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로 미국 디트로이트와 텍사스에서 독일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업계와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야디는 고급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3만달러(약 4100만원) 미만의 가격을 앞세워 전기차 전환 작업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중이다. 업계는 각국 정부의 견제 속에서도 비야디가 결국 ‘저가 공세’를 통해 대부분 해외시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실제로 이미 중국 내수시장을 평정한 비야디는 태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공할 만한 중국산 전기차의 질주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잇따른 초강경 대응에서도 확연히 입증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4배 상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과거 자본을 대거 투입하면서 현재의 자동차 산업을 일궜던 미국이 이제는 관세 인상 등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전기차 산업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12일 진단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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