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도 다이어리…세종 이도의 생생한 `디자인씽킹`을 배운다

김광태 2024. 5. 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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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도의 대화법 주목…세종실록의 현장을 '대화'와 '일기체'로 풀어내

"52살 아버지가 22살 아들에게 왕의 권력을 넘겼다. 그 아들이 나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 '이도'의 이야기다. 163권에 달하는 세종실록이 현대적인 일기체 형식으로 되살아났다. 저자는 세종실록에 숨을 불어넣어 성군 세종을 우리곁에 살아 숨쉬는 인물로 등장시켰다.

신간 '이도 다이어리'를 쓴 김경묵 작가는 삼성전자에서 20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특히 수석디자이너 시절에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경영철학'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데 전념했다. 지금은 '인문학공장 공장장'으로 활동 중이다.

청년 이도가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왕권을 물려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더구나 큰형인 양녕대군을 제친 셋째 아들로서 말이다. 갑작스레 왕이 된 벅참과 부담감, 큰형님에 대한 의리, 공부벌레 모범생으로서 나라를 잘 운영하고 싶은 포부 등이 이도의 조선 통치 33년이었다. 이도의 내밀하고 진실한 육성이 책에 그대로 녹아있다.

책은 이도의 마음과 눈을 따라 쓰여졌다. 그렇다고 객관적인 역사의 서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실록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사람의 감정' 두 축을 균형있게 다뤘다.

책은 이도의 인간미를 제대로 살렸다. '애민, 백성을 사랑할 것을 평생 당부하는 것', '관직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가까이 불러서 대화하는 것', 양녕을 벌주라는 신하들의 끈질긴 탄원에도 아버지 태종의 유지를 지키며 '양녕대군'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 등 이도의 성품을 온전히 담아냈다.

세종 이도의 국가경영관과 인간존중 철학도 오롯이 담아냈다. 어머니가 노비였던 장영실과 신하 정초, 변방의 김종서, 인간적인 허물도 또한 많았던 황희 등 사람을 중용해서 만들고 다듬어낸 수많은 문물과 제도는 그가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심에 둔 결과물이었다.

저자가 만난 세종 이도는 '소민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휼(恤)의 정치'를 했다. 그렇지만 신하에게는 요구하는 것이 분명했고, 대를 이을 자식에게는 냉정했던 두 얼굴의 왕이었다. 그는 들판에서 굶주린 채로 일하는 농부에게 따스운 밥을 지어 먹였고, 처지가 불쌍한 사람이 저지른 사건을 판결할 때면 형벌을 깎아주려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도가 소민을 사랑하는 왕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아버지 태종이 일러준 것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 세종실록에는 태종이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과 그때의 감정이 쓰여 있다. 하루는 왕에서 물러난 아버지와 왕이 된 아들이 한강 강변에서 씨름을 구경했다. 그날 아버지는 해질녘 붉게 물든 강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는 왕으로 사는 동안 유련流連을 경계하며 살았다"라고 한 마디를 던진다. 중심을 잃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다는 이 말은, 아들 이도의 가슴에 유훈처럼 새겨졌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도는 마음이 바른 사람을 중용했다. 신하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자신이 다르게 여기는 이유를 꼭 말해주고 대화를 이어갔다. 반대 의견이 타당하면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사람 사이의 '다름'을 차별하지 않는 말이 통하는 왕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세종 이도의 '대화법'은 저자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까지 말한다. 사람들은 세종의 리더십에 집중하지만, 저자가 만난 그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리더'였다. 대화 상대의 신분과 격을 문제삼지 않고 늘 가까이 불러서 대화했다.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해서 큰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를 확장할 때는 선문답 같은 직관적인 대화를 했다. 또한 대안을 수립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는 분석적인 대화를 했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창의적 사고법을 통칭해서 부르는 '디자인씽킹'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디자이너인 저자가 이도의 대화법에 착안하게 된 이유라고 저자는 밝혔다. 그러면서 저자는 세종 이도의 대화법을 넘어, 이도의 온전한 삶이 담긴 이 책을 통하여 같은 한국인의 DNA를 가진 우리들이 그의 삶을 누구나 따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저자는 책에서 세종실록에 숨어있는 현장의 '대화'를 다이어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상태는 마치 지금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저자는 특히 당시의 관직명을 현재의 적절한 명칭으로 바꾸는 데 노력했다. 꼭 필요한 한자는 쉽게 풀었고, 현대식 용어와 문체, 도량형을 도입해 독자의 이해도를 높였다.

새움. 424쪽.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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