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이탈리아 1부로… 37세 초짜 감독 파브레가스의 마법

이영빈 기자 2024. 5. 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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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승격 후 기뻐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가운데) 코모 감독. /로이터 연합뉴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올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은 단지 준비운동일 뿐이다. 그리고 약속했던 것처럼, (스페인의 휴양지) 이비자로 가자!”

감독의 말에 지난 11일 이탈리아 축구팀 코모1907의 라커룸이 열광으로 가득 찼다. 코모가 21년만에 세리에A(1부)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이 말을 한 감독은 세스크 파브레가스(37·스페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 아스널에서 뛰면서 ‘패스 마스터’로 불렸던 선수다. 파브레가스는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이 팀의 선수였다. 지난해 7월 현역에서 은퇴한 뒤 코모 유소년 팀을 이끌다 11월 별안간 1군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파브레가스를 깜짝 감독으로 발탁한 건 데니스 와이즈 코모 회장. 1990년대 ‘첼시의 위대한 캡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와이즈 회장은 파브레가스가 선수로 뛸 때부터 그가 감독으로도 대성하리라 일찍이 점찍었고, 전임 감독인 모레노 롱고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자 ‘파격 인사’를 감행했다.

파브레가스는 37세 나이에 갑작스레 사령탑에 앉았어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원을 휘어잡는 전술로 세리에 B(2부) 강팀으로 거듭났다. 파브레가스가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코모는 10경기 5승 2무 3패로 6위였다. 하지만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중순 마침내 2위에 등극했고 이대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세리에B 1~2위팀은 다음 시즌 1부리그로 자동 승격한다.

코모는 2019년 인도네시아 회사인 자룸 그룹이 구단을 인수한 뒤 가파른 성적 상승의 길을 걸었다. 2019년 세리에D 우승, 2021년 세리에C 우승, 그리고 2024년 세리에B 준우승을 차지했다. 코모가 세리에A로 향하는 건 21년만이다. 현지에서는 선수 시절 영리한 플레이로 유명했던 파브레가스가 다음 시즌 빅 리그에서 어떤 전술을 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브레가스는 승격을 확정한 뒤 “언젠가는 내가 뛰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에서 감독을 하는 게 꿈이다”라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갈 길이 멀다. 나는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코모가 나에게 준 기회를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금 이곳에서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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