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핑 기구 신뢰도, 파리 올림픽 두 달 앞두고 수직 하락

정미하 기자 2024. 5. 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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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출전한 中 수영 선수
도핑 우려 제기돼 자체 조사 착수
세계 선수 협회 “오랜 기간 부당한 절차 있어”
미국 정부, 세계반도핑기구 기부 계획 재검토

2024 파리 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포츠 약물 단속을 담당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국제기구인 ‘세계반(反)도핑기구’(WADA·World Anti-Doping Agency)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금지약물복용(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수영 선수들을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시키는 과정에서 세계반도핑기구 연루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운동선수들은 세계반도핑기구가 파리 올림픽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미국 정부는 세계반도핑기구에 대한 기부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3년 6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중국 여성 계영 대표팀. / 로이터

1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선수 협회(World Players)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중국 수영 선수 23명이 연루된 도핑 음모 사건은 도핑 금지 노력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와 자신감을 약화했다”며 “이 사건은 철저하고 독립적으로 조사돼야 함은 물론 세계반도핑기구에 내재한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랜 기간 선수들은 부당한 절차와 제재에 직면했지만, 글로벌 반도핑 시스템에 선수들은 의미있게 참여하기 힘들었다”며 “세계반도핑기구가 글로벌 반도핑 정책의 규제 기관으로서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20 도쿄올림픽을 7개월 앞두고 23명의 중국 정상급 수영 선수들이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고위 관리들이 눈감아줬고, 세계반도핑기구가 개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결국 약물 복용 의혹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여파다. 관련 사건에 연루된 수영 선수는 전체 선수단의 거의 절반에 해당했고 이들 중 일부는 메달을 땄다. 문제는 양성 반응을 보였던 선수 중 다수가 오는 7~8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해당 사건을 보도할 당시 NYT는 “세계수영연맹, 세계반도핑기구 등은 중국 반도핑 담당자로부터 이 사실을 들어 올림픽 시작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역시 자국의 반도핑 규제 기관 보고서에서 양성 반응을 인정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량으로 금지 약물을 섭취했다며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수영 선수 전원이 TMZ라고 알려진 트리메타지딘이라는 약물에 오염된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약물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이후 세계반도핑기구의 주요 자금 제공국 중 하나인 미국이 기구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세계반도핑기구에 36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수영 선수의 도핑 문제가 제기된 이후 기부안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세계반도핑기구는 관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독립 조사 기구를 구성했다. NYT 보도 직후에만 해도 “중국이 도핑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출전을 허용했다”고 해명했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입장을 바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세계반도핑기구에 200만 달러를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도핑 은폐 의혹 조사를 맡은 WADA 조사단장 에릭 코티어의 적격성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코티어는 국제 스포츠 중심지이자 IOC 등 여러 스포츠 단체가 있는 스위스 보(Vaud) 지역 법무장관 출신이다. 코티어는 중국 수영 선수들이 양성 반응을 보였을 당시 IOC의 정보 및 수사 부서 감사를 담당했던 공무원으로 이번 사건의 관련자다. NYT는 “코티어의 능력과 자격에 관계없이 그가 IOC, 세계반도핑기구 관계자들과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NYT는 “전현직 선수들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약물 검사를 요청하고 있지만, 세계반도핑기구에 대한 우려가 파리 올림픽 개막 전에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독립 기구는 중국 수영 선수들의 도쿄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세계반도핑기구를 감사하고, 향후 두 달 안에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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