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최고지도자 신와르, 라파에 없다”…명분 없는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

손우성 기자 2024. 5. 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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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 칸유니스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
NYT “라파 공격 정당화 논리로 부족”
네타냐후, 현충일 맞아 단결 강조했지만
대규모 반정부 시위 “추모 행사 참석 말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현충일(욤 하지카론)을 맞아 예루살렘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 단체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2일(현지시간) 현충일(욤 하지카론)을 맞아 ‘하마스 절멸’ 목표 달성을 위해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의 지상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제거 일순위로 꼽고 있는 가자지구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현재 라파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내세운 라파 침공 논리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 단체 주최 행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이 절반 정도 마무리됐다”며 “이 신성한 임무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 싸워야 한다”며 “이것이 하마스 괴물들을 무찌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사회 반대에도 라파 중심부 공격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신와르는 라파에 숨어 있지 않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라파 군사 작전의 당위성을 약화할 수 있는 정보”라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신와르가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남부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에 줄곧 피신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NYT는 “칸유니스엔 최대 지하 15층 깊이의 거대한 땅굴이 마련돼 있다”며 “신와르는 그곳에서 이스라엘군이 자신을 습격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인질을 방패막이 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NYT는 미국이 이 같은 정보를 이스라엘과 공유했고, 이스라엘 정보당국 또한 미국 주장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유엔 정회원 가입 관련 특별 회의에서 가자지구 하마스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이스라엘군이 신와르가 라파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마스 몰살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NYT는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을 사살한다면 이를 주요 승리 근거로 삼을 수 있고, 가자지구 군사 작전을 억제할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스라엘이 신와르 추적을 라파 공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또 이스라엘군이 아무리 라파에서 하마스 대원 다수를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열쇠는 결국 신와르가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하마스에선 카타르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보다 가자지구에 머무는 신와르의 발언권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신와르가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라파 전면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는 하마스를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퇴역 장군인 슐로모 브롬 또한 “게릴라 세력과 싸우는 이런 유형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13일까지 이어지는 현충일과 오는 14일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라파 지상전에 대한 찬성 여론이 결집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엔 휴전 협상 재개와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네타냐후 총리 퇴진 구호를 외쳤다. 가디언은 “일부 인질 가족들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열릴 예정인 현충일 행사에 정부 인사나 종교인이 참석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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