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감옥살이 여전…대체복무, 교도소 합숙에 묶여

고경주 기자 2024. 5. 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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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수감하는 대신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실제 대체 복무자들이 모여 여전히 '징벌적'인 제도 현실을 털어놨다.

대체복무자들은 교정시설에서 3년간 합숙생활을 하며 수용자 의류 세탁, 직원식당 보조 등의 교도소 내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는 기존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주어지던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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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은 세계병역거부의날(5월15일)을 맞아 12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에서 현역 대체복무자들과 대체역 심사위원들을 초청해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를 열었다.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 제공

“관심이 없는 친구들은 아직도 제가 (병역 거부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줄 알고 있어요.”(양심적 병역거부로 대체복무 중인 장길완씨)

평화적·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수감하는 대신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실제 대체 복무자들이 모여 여전히 ‘징벌적’인 제도 현실을 털어놨다. 복무할 수 있는 기관이 ‘교도소 등 교정시설’로 한정돼 있는 데다, 현역병 복무 기간의 2배에 달하는 3년간 격리된 채 합숙생활을 해야 하는 방식 탓이다.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인 한줌단은 세계병역거부의날(5월15일)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현역 대체복무자들과 전 대체역 심사위원들을 초청해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크쇼’를 열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장길완(31)씨는 “(교도소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대체복무자들이) 군인인지 수용자인지 헷갈리는 위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이들을 국가기관,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 투입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현행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대체복무자들의 복무지를 교정시설(교도소 구치소 등)로 제한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병원, 사회복지시설, 환경 시설 등으로 다양한 대체복무기관을 두는 것과 대조된다.

의정부교도소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김최건희(29) 씨는 “사회복무요원이었던 지인은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다 같은 곳으로 배치받아 복무하고, 복무가 끝난 후 그곳에 취직까지 했다. 저희(대체복무자)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교정시설 외의 대체복무기관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법무부는 업무 분야를 추가 발굴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복무 기관 확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들은 대체복무자의 업무 내용 또한 교도소 수감자와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체복무자들은 교정시설에서 3년간 합숙생활을 하며 수용자 의류 세탁, 직원식당 보조 등의 교도소 내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는 기존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주어지던 업무다. 장씨는 “병역거부자로 수감됐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대체복무자들이 그대로 이어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도소라는 공간 특성상 합숙생활을 하는 복무자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기 어려운 문제도 지적됐다. 대체복무 대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리는 대체역 심사위원으로 3년간 활동했던 류은숙 활동가는 “대전교도소에 현장방문을 갔는데, 거기 있던 대체복무자들이 (교도소 특성상)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쉰다’고 하더라”며 “농업이나 노년 돌봄 등 다양한 공익업무를 하고 싶어하는 대체복무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부터 시행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는, 병역기피를 노린 남용 등 제도 시행 초기 일었던 우려가 무색하게 외려 해마다 신청 건수가 크게 줄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병무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1962명이었던 신청자는 2021년 574명, 2023년(10월까지 기준)에는 267명에 그쳤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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