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오랑우탄 외교’ 논란…중국 ‘판다외교’와 무슨 차이?
말레이시아가 수출 주력 상품인 팜유를 사들이는 나라에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을 선물하겠다고 발표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하리 압둘 가니 농업원자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판다 외교’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팜유 수입국인 유럽연합(EU)과 중국, 인도 등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오랑우탄 외교’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팜유가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앞서 EU는 생산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한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해 승인했다. 이에 세계 2위 팜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는 해당 법이 차별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계획에 반발했다. 이들은 오랑우탄을 멸종위기에 빠뜨린 가장 큰 요인이 팜유인데, 팜유를 수입하는 대가로 오랑우탄을 선물하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동남아시아의 팜유 업계가 야자수를 기르는 농장을 조성하며 벌목하는 과정에서 삼림이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오랑우탄이 서식지가 사라진다고 비판해왔다. 가니 장관이 “말레이시아가 산림과 자연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팜유 수출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설명을 덧붙인 것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판다 외교’와도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환경보호학 교수 스튜어트 핌은 “중국은 판다를 위한 최첨단 시설을 마련하고 야생 판다 보호구역도 설립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안한 것엔 이와 비슷한 것조차 없다”고 CNN에 말했다. 동물을 활용해 외교정책을 펴는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해당 동물종을 보존하기 위한 방안도 갖고 있는데, 말레이시아는 이같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팜유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피자 등 식품은 물론 화장품, 비누 등 생활용품에도 두루 사용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2년 산림보고서에서 “말레이시아의 육지는 한때 대부분이 숲으로 덮여 있었지만, 현재는 팜유 재배와 벌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감시단체인 ‘림바 워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선 지난해에만 팜유 생산으로 인해 230만㏊의 산림이 파괴됐다.
그린피스 동남아시아지부 활동가인 헝키아 춘은 “말레이시아의 삼림 벌채 위기는 오랑우탄 외교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생물 다양성 보존을 원한다면 삼림 벌채를 막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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