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띄운 ‘팝업’의 힘…MZ 넘어 알파에도 러브콜 건다

조유빈 기자 2024. 5. 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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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객에 성공한 백화점 3사, 1분기 매출 모두 증가
팝업스토어 매출 50%가 2030…10대로도 타깃층 넓혀
점포 리뉴얼로 오프라인 경쟁력 확보…체험형 콘텐츠 강화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이커머스 공세를 마주한 백화점업계가 오프라인 경쟁력을 띄웠다. 신진 브랜드나 콜라보레이션 상품, 지역 음식 등을 선보이는 '팝업스토어'를 통해서다. 이커머스에는 없는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한 체험의 조합은 소비자들을 백화점에 불러 들였고, 집객에 성공한 백화점 3사는 매출 성장이라는 효과를 맛봤다. 업계는 팝업스토어의 영역을 확장하고,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공간 리뉴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신세계백화점 제공

소비자 체류 시간 늘려…인근 매장도 매출 상승

경기 불황 속에서도 국내 백화점 3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모두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년 전보다 7% 불어난 66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의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59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6% 증가한 규모다. 롯데의 1분기 매출은 8156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4% 늘었다.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매출을 끌어올린 힘은 '집객력'이다. 업계에서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체험형 콘텐츠와 팝업스토어가 집객과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식 매장 입점 전에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시험 삼아 선보였던 과거의 팝업스토어와 달리, 아티스트와 연계해 상품을 선보이거나,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먹거리를 임시 매장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팝업스토어의 '큰 손'은 2030세대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운영된 200여 개 팝업스토어의 구매 고객 절반이 20~30대였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2월 강남점에 개장한 '스위트파크'는 석 달간 350만 명이 찾는 등 인기를 끌었는데, 그 중 수도권 외 지역의 디저트 맛집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인 '로컬 팝업 존'에 2030 고객들이 대거 모이면서 '오픈런' 현상까지 일어났다.

타 지역 디저트를 '빵지순례(빵+성지순례)'하고, 온라인에서 경쟁적으로 '빵켓팅(빵+티켓팅)'을 하는 MZ세대를 고려해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로컬 팝업 존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키움 히어로즈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도 팝업스토어를 통한 집객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 초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이세계아이돌, 플레이브, 스텔라이브 등 버추얼 아이돌 팝업스토어에는 10만 명이 방문했다. 팝업스토어에서 거둔 매출은 70억원이다. 통상 패션 팝업스토어의 월 매출이 10억원 정도인 것을 볼 때, 팬덤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백화점은 대형 실내 공간을 활용해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의 저력도 강조했다.

한정된 상품과 짧은 운영 기간은 단기간에 고객을 집결시키는 요인이 된다. 여러 매장이 모여 있는 백화점의 특성상, 식음료(F&B)와 휴게 공간, 다른 브랜드 스토어까지도 매출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인근 매장은 일반 백화점 대비 매출이 최대 7배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세븐틴 팝업스토어의 구매 고객 중 75%는 백화점을 처음 방문한 신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침착맨 팝업스토어 ⓒ신세계백화점 제공

'팬덤'의 힘 확인…게임‧스포츠‧유튜브로도 영역 확대

팝업스토어의 힘을 확인한 백화점들은 패션과 K팝을 넘어 게임,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깜짝 매장'을 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몰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인 T1 팝업스토어를 열어 운영했다. 지난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을 기념해 오픈한 '김하성, 오타니X 뉴발란스' 팝업스토어도 스포츠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에서 지난 5일까지 운영된 프로야구팀 키움 히어로즈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인기 제품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로 차별화를 꾀했다. MZ세대의 주력 채널이 된 유튜브에 주목한 결과로, 유명 웹툰 작가(이말년)이기도 한 '244만 유튜버'인 침착맨 팝업스토어를 23일까지 운영한다. 공지를 하기 위해 만든 임시 계정의 팔로워가 2만3000명을 돌파했고, 팝업스토어 오픈 전부터 수백 명의 대기 인원이 발생하는 등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백화점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10대 소비자들도 불러들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목동점에 10대 후반~20대 중반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라라폭스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글로벌 스파 브랜드 샵사이다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샵사이다는 K팝 아이돌의 일상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로, 15~35세 소비자를 타깃층으로 한다. 이를 기점으로 10~30대에게 통하는 트렌디한 브랜드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3사는 올해 상반기 지속적인 리뉴얼 등을 통해 점포 경쟁력을 강화,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매출 성장을 견인한 점포들은 주로 팝업스토어나 체험형 콘텐츠를 유치한 대형 점포들"이라며 "올해도 업계가 대대적인 리뉴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콘텐츠를 강화해 적극적인 모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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