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도 반납했던 그 땀방울이 최강 마무리 만들었다… 가치 증명은 지금부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지만, 정작 연말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집에는 미안하지만,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자존심 회복이었다. 지난해 말, 문승원(35·SSG)은 짐을 한가득 싸 미국으로 향했다. 연말과 연초를 절친한 후배인 이건욱과 미국의 한 트레이닝시설에서 보냈다.
한국에서 훈련을 하다 캠프 시작보다 조금 앞서 출국해도 됐다. 비활동기간에 구단에서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반드시 반등하고 싶은 마음에 휴일을 죄다 트레이닝시설에 반납했다. 더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고, 피치 디자인도 한 번씩 점검하며 2024년 시즌을 별렀다. 이유가 있었다. 다년 계약 후 제대로 된 활약을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 그 미안함, 그리고 실추된 자존심을 만회하고 싶었다.
2021년 시즌 중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며 수술대에 오른 문승원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팀과 5년 총액 55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그간 든든한 선발 투수로 활약한 문승원의 가치를 구단은 인정하고 있었다. FA 자격 요건이나 계약 조건에 쫓기지 말고 확실하게 재활을 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2022년 시즌 중반 복귀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기력이 예전만 못했다.
2022년 2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11로 부진했다. 2023년은 나아질 것이라 여겼지만 그도 잘 안 됐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에 헌신한 부분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선발이 모자랄 때는 선발로, 불펜이 모자랄 때는 불펜으로 묵묵하게 나갔다. 하지만 시즌 50경기에서 105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평균자책점(5.23)은 55억 투수의 기대치와는 다소 엇나가 있었다. 남은 계약 기간은 3년. 못한 것까지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연말과 연초 모두 미국에서 보내며 노력했는데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 또 있었다. 선발로 준비를 했지만 이숭용 SSG 신임 감독은 불펜 자리를 제안했다. 팀 사정상 문승원이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팀에 더 공헌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도, 선수는 그렇지 않을 수 있었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자신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역설이라면 역설이었다.
하지만 팀에 공헌하는 데 있어 보직은 중요하지 않았다. 문승원은 불펜행을 받아들였고, 불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캠프 내내 땀을 흘렸다. 지난해 불펜을 경험하며 나름의 노하우도 쌓인 터였다.
지난해 마무리였던 서진용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SSG였다. 시즌 개막과 함께 돌아오기는 어렵다고 여겼다. 이 감독은 망설임 없이 문승원을 임시 마무리로 낙점했다. 결과는 다른 전업 마무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니 그보다 더 좋다. 13일 현재 시즌 17경기에서 18⅓이닝을 던지며 2승12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팀은 이겼다. SSG는 문승원이 등판한 17경기에서 단 한 번도 안 졌다.
짧은 이닝에 집중하면서 전력 투구가 가능해진 구위는 겨우내 땀방울과 맞물려 더 좋아졌다. 시원시원한 템포와 구위로 상대 타자를 휘몰아친다. 원래 던지던 변화구에 스위퍼까지 장착해 더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과시 중이다. 올해 18⅓이닝에서 기록한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3에 불과하다. 이제는 서서히 압도하는 느낌도 준다. 세이브가 많아지면서 강력한 이미지도 생겼다. 마무리의 심장이 느껴진다.
최근 6경기에서 내리 모두 세이브를 거뒀다. 지난 주에도 팀이 이긴 세 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거뒀다. 5월 7일 잠실 LG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5월 10일 광주 KIA전에서 1⅓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5월 12일 광주 KIA전(더블헤더 2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 다섯 개를 책임지며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8회 위기 상황에서 박정우를 병살타로 요리하고 이닝을 마친 건 백미였다.
이 감독도 문승원의 활약과 마음가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연투를 했음에도 팀이 필요할 때 등판할 수 있다고 자원할 정도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팀이 어떤 날 바짝 힘을 줘야 하는지, 어떤 날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경기를 잡아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구위와 배짱, 책임감을 모두 가졌다. 서진용의 정상 가세가 이런 저런 탓에 계속 늦어지고 있지만 문승원이 버티는 뒷문은 물샐틈이 없다. 특급 마무리나 셋업맨의 가치는 웬만한 10승 투수 이상이고, 지금 같은 활약이라면 5년 55억 원의 계약은 결코 실패거나 비싼 게 아니다. 비록 계약 당시 생각했던 그림은 아니지만, 칼을 갈았던 문승원은 이제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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