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처벌인데, `산업매국노` 잡아 뭐하나…첨단기술 中에 다 뺏긴다

박양수 2024. 5. 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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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기술 해외유출 피해 33조'
2019년 14건과 비교해 9건 증가
특허청, 기술 보호 4중 안전장치
국정원 등 산업스파이 검거 협력
최대 형량 9 →12년에 '초범도 실형'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3→5배로
금색으로 빛나는 웨이퍼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 10일 국내 반도체 업체가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을 중국 업체에 빼돌려 이득을 챙긴 '산업 스파이'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4년 간에 걸친 수사와 재판 끝에 이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1년~2년 6개월의 징역형. 이들 산업 스파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 피해기업의 핵심기술을 취득한 중국 업체는 반도체용 대구경 단결정 성장·가공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고, 해외로 기술을 빼돌린 업체 또한 관련 분야 장비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국내 업체들이 막대한 노력과 자금을 투자해 확보한 첨단 기술들이 맥 없이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다. 빼돌려진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간 게 태반이다. 중국이 노리는 기술은 우리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 선박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한국이 그나마 국제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품목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향후 우리 국민이 먹고 살아가야 할 '밥그룻'을 중국에 내줘야 할 판이다. 산업 스파이에게 '매국노'란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사례는 총 23건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해 3건이 늘었다. 지난 2019년 1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건이나 늘어난 수치다.

기술 유출이 가장 많이 일어난 품목은 반도체였다. 이어 디스플레이 3건, 자동차 3건, 전기·전자 1건, 생명공학 1건 등이었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건수는 총 140건, 피해규모는 3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한탕주의'를 노린 산업 기술 유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지 오래됐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저질러도 해외 국가들에 비해 턱 없이 낮은 형량에 이같은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이런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해외 경쟁업체가 우리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누리꾼들은 선고 결과에 대해 "장난 치냐. 정부가 기술 팔아먹었네", "계속 한탕 해먹으라는 거구나", "이렇게 형벌이 약하니까 산업스파이들이 날개 달지", "판사가 매국노에게 계속 그짓하라고 시키는가", "산업스파이는 매국노다. 무기징역을 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100억에 기술 팔아먹은 다음 자수한 뒤, 감옥에서 2~3년 갔다 오면 여생 대대손손 편해진다고 정부가 광고 해준다"며 분노의 댓글을 남긴 이들도 있었다.

오는 7월 1일부터 영업비밀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최대 형량이 해외 행위는 징역 9년에서 12년, 국내는 6년에서 7년 6개월로 각각 늘어난다. 초범에게도 곧바로 실형을 선고하는 등 집행유예 기준도 강화된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선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만의 경우 기술 유출을 간첩 행위에 포함시켰고, 산업 스파이의 경우 사형도 가능하다. 미국에선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한편, 특허청은 국가정보원 등 방첩기관과 산업 스파이를 검거하는데 협력하는 등 우리 기업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보호 4중 안전장치'를 본격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대통령령인 '방첩업무 규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시행됨에 따라 특허청이 '방첩기관'으로 새롭게 지정되면서다.

특허청은 전 세계 첨단 기술정보인 특허정보를 5억8000만개의 빅데이터로 확보해 분석한다. 이런 분석정보를 국정원 산하 '방첩정보공유센터'에 제공해 다른 방첩기관에서 수집한 기술유출 관련 첩보와 상호 연계하는 등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는 "첨단기술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자산 중 하나로, 기술유출은 국가 경제안보를 해치는 중대 범죄"라며 "기술 유출을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이번 4중 안전장치를 발판 삼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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