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사건 핑퐁’… 늑장수사에 국민 피해만 는다

정선형 기자 2024. 5. 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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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돼 시행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제도 안착보다는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과 검찰 간에 사건을 주고받는 '핑퐁'이 지속되는 사이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만 가중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사건 처리 기간은 지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꾸준히 장기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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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완박 2년 - <上> 무너진 형사사법시스템
처리 재촉하자 “증거 찾아오라”
고소인, 결국 탐정 고용해 수집
재수사 요청땐 새 사건으로 분류
수사기간 파악 통계 허점투성이
지체되는 정의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으로 사건 처리가 지체되고 국가의 범죄 수사 역량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왼쪽)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오른쪽) 전경. 자료사진

2022년 5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돼 시행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제도 안착보다는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과 검찰 간에 사건을 주고받는 ‘핑퐁’이 지속되는 사이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만 가중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사건 처리 기간은 지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장기화하는 추세다. 사건 처리 기간 6개월 초과 사건은 피의자 기준으로 2019년 8만9933명, 2020년 10만6316명이었지만 2021년 13만212명으로 증가하더니 2022년에는 18만9675명으로 크게 늘었다. 4년 만에 10만 건이 급증한 셈이다. 소위 ‘검수완박’이 본격화한 2021년부터 2022년 한 해 사이에만 수사 장기화 피의자 수가 32% 늘어났다.

사건이 지연되고 있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사건이 얼마나 어떻게 지연되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사건이 경찰과 경찰 사이를 오갈 때마다 새로운 사건으로 분류되는 등 혼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기사건 피해자 A 씨는 검찰과 경찰의 보완수사 사이에서 2년 3개월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2022년 2월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한 A 씨는 같은 해 10월 민사사건의 결과를 받아봤지만 형사사건은 아직도 수사기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돼 사건 처리에 얼마나 걸리는지 추적하는 시스템은 현재 없는 상태”라면서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해와 올해 수사권 조정 이후 처음으로 사건 처리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통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검찰이 직접 수사 지휘를 할 때만 하더라도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하면 3개월 안으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약이 없다”면서 “재수사나 보완수사 요청이 내려가면 사실상 새로운 사건으로 잡히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라도 여러 건으로 집계되는 등 현행 통계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사건을 대거 수사하는 경찰 수사력의 문제점도 계속 지적된다. 사기 혐의로 사건을 접수한 고소인 B 씨는 사건 처리가 지연돼 최근 경찰서를 찾았다가 담당 경찰로부터 “고소인께서 직접 증거를 수집해 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B 씨는 결국 탐정을 고용해 피고소인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B 씨는 “고소를 당하더라도 유능한 변호사를 쓰면 처벌을 받지 않고, 힘없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은 ‘신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검수완박에 따른 수사력 약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월 28일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검수완박과 수사권 조정이라는 모험적 사법 시스템을 도입한 후 2년이 지난 현재, 수사기관 역량을 쏟아부어도 범죄에 제때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부패 대응 조직인 뇌물방지작업반(WGB·Working Group on Bribery)은 올해 상반기 한국에 실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한국의 검찰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법률상, 운영상 영향 등을 평가하고 한국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도록 도울 것”이란 이유다. 검수완박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지난 2022년 4~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민주당은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부패, 경제 등 2대 범죄로 대폭 축소하도록 했다.

사건 처리기간 장기화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사건 처리기간이 2023년 감소했다”며 “현장 수사관들이 새로운 절차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 해 조직을 효율화 했다”고 전했다. 또 “올해 3월에는 금융범죄 단서 취합 기능을 개발해 신종 사기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정선형·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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