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의 식스센스] 황영묵의 기본기와 야구 습관, 그리고 간절함
야구는 습관의 게임이다. 아웃카운트와 주자 위치, 점수차까지 각각의 상황에 습관처럼 지켜야 하는 기본기들이 있다. 그런 플레이 하나하나가 모여 팀의 단단함을 만든다.
지난 10일 대전에서 열린 키움-한화전에서 눈에 띄는 장면 하나가 나왔다. 한화가 2회 들어 2점을 선취한 뒤 2사 만루, 4번 노시환이 때린 타구는 3루수 앞 평범한 땅볼로 이어졌다. 타구를 받아든 키움 3루수 김휘집은 몇 발짝 앞으로 나와 베이스를 밟으려 할 때 급히 속도를 내야 했다, 2루 주자로 있던 한화 황영묵이 전력 질주 뒤 슬라이딩으로 3루에 거의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짐작건대 3루수 김휘집은 포구 순간까지 생각하지 못한 접전이었을 것이다. 3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키움 벤치의 요청으로 비디오판독을 진행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황영묵은 해당 상황에 필요한 기본기를 100% 다 했다. 누가 봐도 평범한 3루수 땅볼이었다. 3루수 김휘집이 3루를 직접 밟지 않고 1루 송구를 했어도 어렵지 않게 아웃카운트를 잡았을 타구였다. 아웃카운트를 전제로 타구 방향과 속도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주자들이라면 이런 장면에서 전력 질주를 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오랜 습관에 따라 타구를 보면서 이닝이 끝나는 상황을 미리 계산하기 때문이다. 황영묵은 평범한 타구를 보면서도 아웃카운트가 늘어날 것을 미리 가정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3루로 달렸다. 다리부터 들어가는 필사적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타이밍을 만들었다. 덕분에 3루주자 최인호의 득점도 인정됐다. 노시환의 타구가 3루로 구르는 동안에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4-4이던 연장 10회말 끝내기 솔로홈런을 때린 한화 외국인타자 페라자였다. 그러나 한화가 2회 3점째를 내는 과정을 만든 황영묵의 기본기가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단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화는 이날 경기 승리로 연패를 끊고 반등 흐름을 타 주말 키움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칠 수 있었다.
최근 황영묵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본인에게 다가온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절실함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두산-한화가 맞붙은 지난 4월27일 대전 경기에서는 중계방송을 한 뒤 수훈선수 인터뷰로 황영묵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 인터뷰 중에 큰 울림이 있었다. 그때 필자가 던진 질문은 ‘그라운드에서 움직임을 보자면, 매순간 진지해 보이는데 지금 어떤 마음으로 뛰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황영묵의 대답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프로에 입단했기 때문에 지금 기회가 내게는 너무도 소중하다. 그래서 즐거움을 느낄 여유는 없다”며 “내게 그라운드에서 웃음은 낭비이고, 사치스런 일이다. 그래서 진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팀은 구성원 한명 한명의 힘의 합으로 경쟁력을 만든다. 또 때로는 구성원 한 사람의 절실함이 담긴 플레이 하나가 팀 전체의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황영묵이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 날이었다. 경기 막판이면 어느 팀이든 1~2점이 아쉬운 상황을 자주 맞는다. 황영묵의 베이스러닝은 누구라도 한 번쯤 참고할 장면이다.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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