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 트럼프와 미국의 채무불이행 리스크

윌리엄 L. 실버 경제학자 2024. 5.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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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인 탓에 세계 정치 및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가중되고 있어서다.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도 트럼프 리스크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해 미국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31조4000억달러(약 4경3326조원)에 달하는 연방 정부 부채 한도가 법으로 정한 상한선에 도달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극적으로 연방 정부 부채 한도 상향에 합의하면서 디폴트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차기 대선 이후인 2025년 1월까지만 부채 한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필자는 과거 트럼프가 그의 사업체가 가진 부채를 극복하기 위해 파산을 활용했던 전례를 지적하며, 만약 그가 올해 11월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정부까지 파산으로 내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과거 다른 미국 대통령들이 집권 2기에 지지율에 구속받지 않아 무모해졌던 경향을 고려하면,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 2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는 부채를 탕감하는 데 어느 정도 경험이 있다. 그의 사업체는 과도한 부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파산법 제11장에 따라 최소 네 차례 조직 재편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1991년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로 시작해 1992년 트럼프 플라자 호텔, 12년 후 트럼프 호텔 및 카지노 리조트 그리고 2009년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그랬다. 또한 트럼프는 이 전략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랑했다. 2015년 그는 “위대한 사람들이 이 나라의 법, 특히 파산법을 사용한 것처럼 나도 나와 내 회사, 내 직원들, 내 가족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이 나라의 법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가 뉴욕주로부터 사기 혐의로 민사 판결을 받고 4억5000만달러(약 6209억원)의 벌금을 지불하는 대신 파산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올 만하다.개인 파산은 트럼프와 뉴욕 사이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파산법을 좋아하는 그의 태도는 우리 모두를 우려하게 만든다. 트럼프가 올해 11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그는 훨씬 더 큰 신용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바로 미국 정부의 증가하는 부채 부담이다. 트럼프는 그가 자신의 사업체를 위해 했던 것처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도를 낼 수도 있다. 가능성은 작지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① 금값이 올해 사상 최고치로 상승한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L. 실버 경제학자전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금융학·경제학 교수, ‘막다른 길의 선택들’ 저자

현재 파산법에는 정부가 기업이나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호를 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심지어 주 정부도 파산을 선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재무 장관에게 연방 부채의 이자 지급을 자제하거나 원금을 상환하지 말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자 지급을 멈추면 미국은 부도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미 재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자신들의 돈을 찾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의 주요 채권자들과 거래에 나설 수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미국의 부도는 현대 금융 세계의 핵심 투자처인 미국 국채의 이미지를 파괴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트럼프를 막아야 하는가. 그는 자신의 위험 부담이 제한적일 때 다른 사람의 돈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② “하방 리스크를 보호하면 상방 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Protect the downside and the upside will take care of itself)”고 했다.

게다가 임기가 끝난 대통령들은 더 이상 투표에 구속받지 않기 때문에 더 무모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그들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문제를 겪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은폐했고, 레이건은 이란-콘트라 스캔들에서 인질을 위해 무기를 거래했다고 인정했으며, 클린턴은 위증과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당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단지 선택적 일화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가 대통령을 리얼리티 TV 쇼에 출연시키고, 두 임기 동안 비슷한 위험을 만들어 결과를 비교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실제로 20세기에는 이와 매우 유사한 두 가지 자연 실험이 있다.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은 1912년에 선출돼 1916년에 재선됐고, 두 임기 동안 제1차 세계대전 문제에 직면했다. 그는 첫 번째 임기 동안 가장 가까운 고문들의 압력과 독일이 1915년 5월 ③ 여객선 루시타니아호를 침몰시켜 128명의 미국인 목숨을 앗아갔는데도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선 5개월 후인 1917년 4월 6일, 그는 자기 선거 구호인 ‘전쟁에서 우리를 지켰다’를 폐기하고 독일에 대한 전쟁을 선언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경우, 그는 1936년에 재선될 때 사실상 레임덕에 빠져있었다. 루스벨트는 1935년에 자신의 내각과 대법원의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려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논의했다. 이는 대법원이 그의 뉴딜 입법의 핵심 부분을 무효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고문들은 1936년 선거가 너무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루스벨트는 그의 계획을 연기했다. 그러나 대선 승리 3개월 후인 1937년 2월 5일, 그는 대법관 수 증가를 위한 입법을 제안했다.

두 번째 임기에 트럼프가 선출된다면, 그는 미국을 부도 상태로 만들어 미국 국채가 보유한 높은 지위와 모든 특권을 잃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트럼프는 그것이 과도한 지출을 하는 민주당 탓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① 4월 1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400달러(약 331만원)를 돌파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까지 다가오면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② 투자나 비즈니스에서 하방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 여기서 ‘하방 리스크’란 잠재적 손실 또는 부정적인 결과를 의미한다. 즉, 투자나 비즈니스 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미리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면, 결국엔 긍정적인 이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임을 강조한 말이다.

③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5월 7일 대서양을 건너던 여객선 루시타니아호를 독일 잠수함 유보트가 침몰시킨 사건. 당시 1200명에 달하는 탑승객이 사망했는데, 이 중에는 미국인 128명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에서 참전 여론이 들끓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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