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한 국내 금융시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2024. 5.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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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국내 금융시장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원화 환율은 미국 경제 지표 발표가 있을 때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 내용이 달라지면서 고공 행진 중이고, 주식시장은 갈지자 횡보를 보인 지 오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은 전쟁 장기화와 확전 우려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이 와중에 국내 통화정책은 늪에라도 빠진 듯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도 버거워 보인다.

물론 대외 여건상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고, 정책 의사 결정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다만,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면서 우리 경제성장과 함께 경쟁력을 키워 왔다고 생각했던 국내 금융시장이 적어도 최근 1~2년에 걸쳐 불안정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느껴야만 한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위기 극복 후 국내 금융시장의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현재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 과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정책 당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고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거시 건전성 감독 및 규제 강화, 안정적 성장 기반 확보 등 같은 기존 패러다임 유지도 중요하다. 다만, 종합 금융 경쟁력 제고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가장 중요한 일임은 틀림없다.물론, 서울처럼 국제 금융 센터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 전반에 대한 평가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비해 20~30위권 정도에 머물고 있는 국내 금융 부문에 대한 평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부산의 경우는 세계 선진 해양 도시 평가에서 11위에 올랐지만,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로는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어 선박 금융 등같이 지역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부문에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 메가트렌드에 대한 대응도 시급하다. 생성 AI(Generative AI), 디지털 및 암호화폐, 사이버 보안, 오픈뱅킹 등 신기술과 서비스 융합을 주제로 하는 거대한 변화에 국내 금융시장이 어떻게 적응하고, 발전할 것인지는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더군다나 환경과 사회 및 지배구조같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에 직결되는 핵심 가치에 투자하는, 이른바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투자라는 새로운 트렌드는 국가별로 입장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로 선제 대응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 부문의 실물 지원 기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금융 부문의 실물 지원 기능이 시장을 중심으로 확충돼 온 것은 사실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벤처 투자가 10조원 시대에 진입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신규 벤처 펀드 결성 건수와 벤처 투자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 회사의 해외 진출 촉진을 통해 현지 자금 조달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 회사의 해외 진출 사례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베트남, 영국 등에 집중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이외에도 공적 연금 개혁을 포함한 연금제도 전반의 효율성 제고나 주식 등 자산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 도모 등을 통해 금융 부문에서 초고령사회 대응력 강화, 취약 가구나 기업의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 포용력 제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물론 당장은 불필요할 수도 있다. 단, 위기 후 우리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꼭 필요하고,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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