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키운 일본 국민 메신저‘라인’경영권 위태] 해킹 사태로 ‘지분 조정’ 압박 日… 민간 기업 계약 정부가 깨나

박용선 기자 2024. 5.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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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서버)가 해킹당해 고객 51만여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해킹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하면서 네이버 측의 지분 정리를 요구하면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지분 64.5% 보유)인 A홀딩스 주식을 각각 50%씩 보유하며 공동 경영하고 있다.

4월 25일 일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인 고객 정보 유출 문제로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사 A홀딩스 주식을 스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추가로 조금이라도 취득하면, 라인야후의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라인야후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해진(오른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라인과 야후 통합 법인을 출범했다. 사진 블룸버그·뉴스1

라인은 일본에서 월 활성 이용자(MAU) 9600만 명에 이르는 일본 1위 메신저 앱이다. 일본 인구의 80%(약 1억2200만 명)가 라인을 이용하며 사실상 일본 내에서 사회 인프라로 여겨진다. 라인은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NHN재팬에서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 개발 배경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있다. 2011년 3월 지진 발생 당시 일본에선 친구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혼란이 발생했고, 네이버는 이 같은 위급 상황 시사람들을 핫라인으로 이어주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네이버는 2021년 소프트뱅크와 각각 50%를 출자해 현재의 라인야후를 출범했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하자는 목표였다. 양사는 2021년 통합 법인 출범 당시 ‘공동 경영권을 행사한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지분 조정 요구로 현재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되면 일본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은 일본을 포함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가 2억 명에 달하는 만큼 아시아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지분 조정' 압박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분 매입 배경에는 라인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다. 일본 총무성은 올해 3월 라인야후에 지난해 11월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일부 시스템 개발과 운영, 보수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총무성은 최근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시스템 위탁 규모의 축소 및 종료’라는 재발 방지책을 냈지만, 7월 1일까지 다시 개선책을 제출하라고 2차 행정지도를 냈다. 소프트뱅크에는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적인 관여를 보다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나서 민간 기업의 지분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완 조치를 요구하고 벌금 등을 부과하지만, 이번 라인 사태와 같이 기업에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민간 기업 계약에까지 간섭하는 극히 드문 일이다.

'데이터 주권' 강화 나선 각국 정부

일본 정부의 네이버에 대한 라인 지분 정리 요구를 ‘자국의 데이터 주권’ 강화 측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한국 기업이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라인야후 특히 대주주 중 한 곳인 네이버가 안고 있던 고민거리였다. 네이버는 한일 간 정치적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좌불안석이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양국에서 반일, 반한 감정이 깊어지면서 라인 내에서 양국 이용자 간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대중화와 함께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 정부가 정보 유출,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자국민 다수가 외국 플랫폼을 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정보 악용’을 우려로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이 구글·메타 등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 시장법(DMA)도 자국 기업 보호와 데이터 주권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AI 발전으로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 생성은 물론 저장, 유통, 활용 등 모든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도 네이버 라인 건과 별개로 빅테크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는 서비스 보안 강화부터 지분 관계 재검토 등 다양한 대응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지도는 일본의 정부 부처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이나 기업에 협력을 요구하는 행위로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분 정리 압박 메시지를 낸 것은 네이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네이버 라인 일본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지원 가능성을 밝히고 있지만 원론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4월 30일 “네이버 측의 요청 사항을 전적으로 존중해 이 문제에 임하고 있다”며 “정부가 네이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4월 29일 “지원이 필요할 경우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일본 국민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우려되는) 한일 외교 관계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4월 27일 “한국 기업에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네이버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Plus Point
미국, 中 자본 지배 틱톡 강제 매각 명령… 의회 통과 ‘틱톡금지법’ 바이든 서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을 비중국 자본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 스토어에서 퇴출하는 내용의 ‘틱톡금지법’에 4월 24일(이하 현지시각) 서명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기면 사생활 침해, 안보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무역에 이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영역으로 번진 뒤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바이트댄스는 270일 안에 미국 내 사업권을 팔아야 한다. 매각 기한은 대통령이 1회에 한해 90일 연장 가능하다. 기간 내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틱톡 서비스는 금지된다. 다만 바이트댄스는 소송을 통해 법안의 위헌 여부를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틱톡이 선례가 되면 알리·테무 등 중국의 다른 앱도 미국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4월 25일 중국 통신사에 미국 내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금지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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