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못 앉게 철제 못에 음파 퇴치기.. ‘지하철 비둘기 퇴치 작전’
안전사고, 승객 불편을 일으키는 비둘기로 골머리를 앓던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비둘기 퇴치 작전’에 나섰다. 비둘기가 자주 앉는 지하철 역사 지붕부 기둥에 철제 못을 설치하고 음파 퇴치기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역사 내 비둘기 유입 차단과 야생 조류 보호를 위해 새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버드 스파이크와 조류 충돌 방지시설 등을 설치해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공사는 최근 합정역 출입구에 독수리 사진을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도림역 대합실에는 비둘기의 천적인 ‘황조롱이’ 모형을 달아놨었다. 비둘기로 인한 민원이 많아져 유입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공사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역사 내 비둘기로 인한 민원 건수는 총 131건이다. 합정역, 신도림역, 왕십리역 순으로 많았다. 주로 한강과 가까운 역들이 민원이 많았다고 한다. 공사 관계자는 “한강에 다녀온 승객들이 무심코 흘리는 빵부스러기 등을 먹으려는 비둘기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공사는 비둘기를 막기 위해 상계역, 도봉산역 등 5개 지상 역사에 철제 못 뭉치인 ‘버드 스파이크’를 설치했다. 새들이 자주 앉는 공간에 철제 못을 촘촘히 설치해 비둘기의 유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비둘기가 많이 들어오는 다른 지상역들에도 버드 스파이크와 그물망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35개 지하 역사 출입구에는 조류기피제, 일부 역사에는 음파퇴치기 등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하는 중이다.
역사 내 비둘기 유입은 안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2022년 4월 신도림역에서는 한 시민이 머리 위로 날아오는 비둘기를 피하려 고개를 숙이다 게이트 모서리에 부딪혀 눈 부위가 찢어졌다.
2021년 8월에는 4호선 노원역 내 조가선(전차선이 늘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선)에 앉은 비둘기 퇴치 작업 중 청소용 밀대가 접촉돼 전차선이 단전되고 큰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지 않도록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공사가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신촌역, 이대역 등 5개 역사 출입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출입구 투명창에 조류가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126건 발견됐기 때문이다.
공사는 우선 올해 2월 종로3가역, 잠실역, 여의나루역, 녹사평역 등 4개역 8곳의 유리 캐노피에 조류 충돌 방지시설을 설치했다. 올해 7월까지 18개역 24곳을 추가 설치하고, 추후 214개역 630곳까지 단계적으로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역사 내 비둘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에서도 다각적으로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며 “시민들도 모이를 주거나 역사 주변 음식물쓰레기를 방치하지 않는 등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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