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야 뭐야?" 숙박앱 검색 결과 믿을 만한가요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4. 5. 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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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숙박앱의 두 얼굴➋
환불 신청에 숙박업소 ‘NO’
오버부킹 심심찮게 일어나
광고 도배된 검색창도 문제
숙박앱·업소 책임 전가만
잘나가는 숙박앱 이대로 괜찮나

# 우리는 '숙박앱의 두 얼굴' 1편에서 숙박앱이 가진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숙박업소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면서 이용자의 예약 취소를 거부하고, 숙박앱은 이를 남의 일인 양 모른척하기 일쑤입니다. 중복 예약인 '오버부킹' 문제도 심각합니다. 갑작스럽게 예약이 취소돼 여행을 망치는 이용자도 더러 있습니다.

# 이뿐만이 아닙니다. 숙박앱에 점철된 광고도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숙박앱 검색 결과 상위에 뜬 업소 중 대다수가 광고의 힘을 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나가는 숙박앱,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視리즈 '숙박앱의 두 얼굴' 2편입니다.

숙박앱이 인기를 끌면서 숙박앱이 가진 문제점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숙박앱이 요즘 인기입니다. 이 앱만 있으면 숙박업소는 물론, 비행기 티켓, 레저 시설 등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편의성으로 무장한 숙박앱을 이용하지 않은 채 여행 일정을 짠다는 것은 이제 상상하기가 힘들죠.

문제는 숙박앱에 이용자가 몰리는 만큼 숙박앱의 폐해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많은 피해는 '환불 거부'입니다. 오버부킹 문제도 심각합니다. 이는 숙박업소들이 하나의 객실을 여러 숙박앱에 올리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예약한 객실이 여행 당일날 오버부킹으로 취소되기라도 소비자는 '최악의 여행'을 경험할 게 뻔합니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숙박앱 두 얼굴' 1편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허점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숙박앱으로 예약한 객실의 수준이 기대치를 밑돌기 일쑤란 점입니다. 이는 숙박앱에 올라온 객실 중 상당수가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숙박업소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한달에 수백만원의 광고비를 들여 마케팅 경쟁을 펼칩니다. 광고를 통해 검색 결과 상단에 자사 객실이 우선 배치되도록 하는 식이죠. 돈만 쓰면 상단에 올려주니 소비자로선 이 숙소가 눈에 띄는 자리에 있는 게 '서비스가 좋아서인지 광고를 써서인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소비자원은 국내외 숙박앱 6곳에서 상위 노출되는 객실 중 광고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야놀자와 부킹닷컴 상단에 노출된 100개 호텔 중 93개가 광고 상품으로 밝혀졌습니다.

모텔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야놀자(210개)와 여기어때(202개)에 노출된 객실이 전부 광고 상품이었습니다. 광고 상품 비중이 100%인 셈입니다. 펜션·풀빌라 또한 광고 상품이 야놀자 100%(210개), 여기어때가 56.2%(210개 중 118개) 등으로 많았습니다.

숙박앱이 직접 검증해 '품질 인증'을 부여하는 광고 서비스가 있긴 합니다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여기어때는 내부 평가 항목 40개를 통과한 숙소를 지정해 앱 상단에 배치하는 '프리미엄 블랙'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8일 기준 전국 266개의 숙박업소가 프리미엄 블랙을 이용하고 있죠.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들 숙박업소를 이용한 소비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서비스가 나빴다"는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입니다. 5월 초 제주도의 한 프리미엄 블랙 숙소에 묵은 한 이용자는 "예전 사진을 올렸는지 실제 시설이 낡은 게 눈에 띄었다"면서 "야외수영장을 제외하면 장점이 하나도 없었다"며 별점 1점(5점 만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후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아닙니다만, 앱의 검증을 믿고 예약한 소비자로선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일부 지역이 비수기라 영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용자 말만 듣고 프리미엄 블랙 제휴 예약을 막으면, 플랫폼의 갑질로 비칠 수 있어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숙박앱의 허점 탓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정작 숙박업소와 숙박앱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환불 거부만 해도 그렇습니다. 숙박업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환불을 처리하고 있는데도 숙박앱은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숙박앱의 관계자는 "앱에는 별도 환불 규정이 없고, 각 숙박업소가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환불과 관련해 숙박앱 업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서비스상에서의 환불 요청 정도"고 말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여기어때·야놀자 등의 숙박앱은 화면 하단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놨습니다. "당사는 통신판매 중개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상품의 예약, 이용 및 환불 등과 관련한 의무와 책임은 각 판매자에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오버부킹을 두고도 숙박앱 업체들은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숙박업소가 CMS를 사용하면 풀릴 문제이기 때문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숙박앱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숙박업소의 한 관계자는 "영세 숙박업소가 CMS를 운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시스템을 세팅하고 교육받는 데만 100만원이 넘는 데다, 월 임대료도 내야 한다. 이것도 고정비용이 아니라 객실 수에 따라 달라진다. 객실관리 시스템(PMS)을 연동하는 등 커스터마이징이라도 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업소마다 견적이 다르겠지만, 영세 업소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액수임에 틀림없다."

숙박앱에 등록한 숙박업소 중 상당수가 숙박앱에서 제공하는 광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사진=여기어때 제공]

숙박앱 광고를 두고도 양쪽은 말이 다릅니다. 숙박업계 쪽에선 "숙박앱이 하는 역할에 비해 지나치게 광고비를 많이 걷는다'는 점에 불만을 내비칩니다.

지난해 7월 중소기업중앙회가 4개 플랫폼(오픈마켓·배달앱·숙박앱·패션앱)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온라인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앱은 비용 부담 적정성 체감도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32.8점으로 배달앱(32.3점)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습니다. 그만큼 숙박업소의 비용 부담이 컸다는 겁니다.

실제로 숙박앱 입점업체가 한달에 부담하는 광고비는 평균 89만9110원이었습니다. 배달앱 입점업체 광고비(19만1289원)보다 4.7배 더 많습니다.

이런 통계 앞에서도 숙박앱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글로벌 OTA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아니란 겁니다. 숙박앱의 관계자는 "광고비 과열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출 방식 등을 꾸준히 개편하고 있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광고 시스템이 소비자 판단 기준을 흐린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숙박앱은 최근 눈부신 성장을 거뒀습니다만, 그에 못지않게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의 환불 규정, 오버부킹, 과한 광고 등이 소비자를 괴롭히고 있지만 정작 숙박앱이든 숙박업체든 대안을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 숙박앱 없이는 여행계획을 세우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관광산업 생태계가 숙박앱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애먼 소비자만 '바보'로 만드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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