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흑해 곡물 수출, 전쟁 이전 수준 거의 회복
지난해 7월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해 타격을 받았던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항만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의 세 항구(오데사, 피우데니, 코르노모르스크)에서 흑해를 통해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은 2760만t에 이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18~2021년 같은 기간 평균 수출 물량과 비교해 겨우 20만t 적은 양이다. 특히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흑해 곡물 수출량은 전쟁 이전 수준보다 많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흑해가 봉쇄되면서 2000만t이 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막혔다. 식량 가격 상승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의 식량난이 가중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같은 해 7월22일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됐다. 흑해곡물협정은 이후 세 차례 연장되며 식량 부족과 곡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러시아의 협정 연장 거부로 지난해 7월17일 자정을 기해 만료됐다.
우크라이나의 흑해곡물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된 것은 흑해에서 러시아 해군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의 러시아 해군기지를 공격하고 다수의 러시아 함선을 격침시키는 등 공세적인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영해로 이어지는 해상 운송 통로를 확보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그레그 밀러 선임기자는 NYT에 “데이터는 (흑해 운송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선주들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흑해를 통한 수출 물량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 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방공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피우데니 항구가 공격을 받아 터미널 두 개가 파괴됐다. 지난해 흑해곡물협정 만료 이후 우크라이나가 해상 운송로를 확보하기 전까지 적체됐던 물량이 해소되면 수출량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올해 수확도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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