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증가가 원인?

권대익 2024. 5.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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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PET로 조현병 환자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증가 규명
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병하는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뇌를 촬영해 조현병 환자는 ‘반응성 별아교세포’가 활성화하는 것을 밝혀 발병 원인 규명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별아교세포(별阿膠細胞·astrocyte)는 많은 돌기가 뻗어 있어 별처럼 보이는데, 포유류 뇌세포의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성상세포(星狀細胞)·성상교세포(星狀膠細胞)라고도 한다.

별아교세포는 조현병 발병에 관여하는데, 특히 뇌 전측 대상 피질에서 많이 활성화할수록 조현병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규명했다.

권준수·김민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PET를 이용해 뇌를 촬영해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와 조현병 환자에서 환청·망상 등의 증상 심각도와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 결과에서다.

‘정신분열병’으로도 불렸던 조현병(調絃病)은 망상·환청·와해된 언어 및 행동 같은 증상이 특징이며 사회적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중증 정신 질환이다.

별아교세포는 뇌세포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신경교세포로, 신경세포를 지지하고 노폐물 제거 및 식세포 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세포들은 뇌의 글루타메이트 조절 및 염증 반응에 관여해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응성 별아교세포는 별아교세포가 신경전달물질 조절 이상 또는 뇌 염증 반응 등으로 과활성화된 상태를 나타낸다.

조현병 환자의 뇌 속 전측 대상 피질에서 반응성 별아교세포가 활성화하는 것이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제공

연구팀은 기존의 신경 염증 또는 글루타메이트 단독 연구와 달리 반응성 별아교세포를 직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조현병의 복잡한 병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주목했다. 지금껏 뇌 영상 촬영 기법을 활용해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2021년 10월~2023년 1월 조현병 환자 33명과 건강한 대조군 35명을 대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가 표지된 화합물([18F]THK5351)을 사용해 몸의 생화학적 과정을 이미지화하는 PET로 조현병 환자의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도를 측정·비교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들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전측 대상 피질과 좌측 해마(海馬)에서 더 높은 표준 흡수 값 비율(SUVr)을 보였다. 이는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해 조현병 환자에게서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화가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전측 대상 피질은 인지 및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해마는 기억 형성에 필수적인 뇌 영역으로, 이들은 조현병의 신경생물학적 매커니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측 대상 피질에서의 표준 흡수 값 비율은 조현병 환자의 PANSS 양성 증상 점수(조현병 환자가 경험하는 정신병적 증상 정도를 평가하는 도구)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화가 큰 환자일수록 조현병 증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반응성 별아교세포의 활성 증가가 환청 및 망상과 같은 조현병 양성 증상의 심각도와 관련돼 있는 것을 뜻한다.

즉, 전측 대상 피질과 해마의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가 조현병 병태 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전측 대상 피질의 염증 반응과 글루타메이트 조절 이상이 환청·망상 등 조현병 증상 발생의 주원인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민아 교수(제1 저자)는 “이번 연구로 조현병 환자에게서 관찰된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가 뇌 염증 반응과 글루타메이트 조절 이상을 반영하며, 이러한 변화가 조현병 증상 원인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이러한 발견은 신경교세포 수준에서 조현병 병태 생리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권준수 교수(교신 저자)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 연구에서 가설로만 제안됐던 신경교세포 메커니즘을 실제 증명한 중요한 결과”라며 “이는 향후 조현병 치료제 개발에 있어 새로운 표적 뇌세포를 제시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13.8)’ 최신 호에 실렸다.

권준수(왼쪽)·김민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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