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한땀 새긴 여인의 자수…미술관에 입성하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5. 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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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조카인 나사균은 일본에 건너가 고모와 같은 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했다.

회화가 아닌 자수를 전공한 그는 졸업후 경성여자상업학교에서 수예 교사로 일하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했다.

8월 4일까지 국내외 60여 기관에서 모은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점과 아카이브 50여점을 전시한다.

일제강점기 많은 여성들이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자수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이화여대 자수과의 설립은 전환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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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 자수전’
나사균 ‘죽계’ [국립현대미술관]
나혜석의 조카인 나사균은 일본에 건너가 고모와 같은 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했다. 회화가 아닌 자수를 전공한 그는 졸업후 경성여자상업학교에서 수예 교사로 일하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했다. 1937년작 ‘죽계’는 나사균의 졸업작품이다. 가족의 화목을 상징하는 원앙 대신 대나무 속의 닭을 자수로 새긴 정교한 솜씨가 돋보인다.

규방 예술로 폄하되며 근현대 한국 미술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바늘과 실의 예술을 복권시키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다. 8월 4일까지 국내외 60여 기관에서 모은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점과 아카이브 50여점을 전시한다.

1·4전시실은 전통공예, 2·3전시실은 회화와 투쟁했던 자수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1세기 넘는 자수사를 풍성히 아우른다. 1전시실 입구부터 1893년 1회 시카고만국박람회에 출품됐던 조선의 자수로 만들어진 보료·병풍이 소개된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궁궐 내 수방이 궁내부에 소속되면서 왕실에서도 정제된 문양으로 자수 병풍 등을 제작했다. 혜곡 최순우는 조선 시대 자수를 “현대의 조형정신에도 능히 육박할 수 있는 신선한 민중적인 근대 감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혜경의 ‘정야’ [국립현대미술관]
개항 이후 공예 개념이 탄생하면서 자수는 전환기를 맞았다. 평안도 안주 지역에선 남성 자수장인 집단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중 수불(繡拂)인 안제민의 ‘자수 지장보살도’(1917)은 사찰 밖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야나기 무네요시의 자수 컬렉션 중 하나인 ‘자수화조도’도 전시된다. 전시를 기획한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일본은 자수가 남성의 예술, 조선은 유교 이데올로기가 더 강해 여성의 예술로 자리잡았다”면서도 “조선에서 긴 실을 사용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등의 자수 병풍은 사치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60~80년대 상류층 혼수로 인기가 높았던 장인의 자수 병풍은 한남동 작은 아파트 값에 달했다고 한다.

3전시실에는 20세기 여성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이 소개된다. 일제강점기 많은 여성들이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자수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이화여대 자수과의 설립은 전환점이 됐다. 광복 이후 자수는 민족 정체성 회복, 왜색 탈피, 전통의 현대적 계승 등 근대화의 기치에 적극 동참했다. 이화여대 자수과 교수를 지내기도 한 김혜경의 ‘정야’(1949)는 벽난로 앞에서 독서를 하는 한복을 입은 여인이 고풍스럽게 수놓아졌다. 1960년대에는 추상 형식도 등장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최유현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서세옥의 밑그림을 자수로 제작해 기하학적 추상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최유현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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