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작업 인력·시간부터 탄소 배출량까지 확 줄였다… 中 스마트항구 ‘치차이항’

톈진=이윤정 특파원 2024. 5.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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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자동화 덕에 효율성 극대화
재생에너지로 전력 자급자족 구축
해상 판로 확대, ‘신품질생산력’ 박차

지난 9일 중국 톈진항 제2부두. 사람이라곤 두세 명의 트럭 기사가 전부였다. 대신 100%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무인운반차 수십대가 정박해 있는 배와 야적장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크레인이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공간을 찾아 컨테이너를 집어넣고 있었는데, 역시 사람이 들어가는 조종석 없이 무인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중국이 60억위안(약 1조1300억원)을 들여 지은 스마트 항구, ‘치차이(七彩)항’의 모습이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파랑 등 눈을 즐겁게 하는 형형색색 크레인 덕에 이 같은 이름이 붙은 치차이항은 100% 자동화율을 자랑한다. 연간 250만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19년 12월 착공해 21개월 만에 완공됐는데, 이는 전 세계 동급 항구 중 가장 빠른 건설 속도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력 자급자족 시스템을 완성한 것도 특징이다. 중국은 치차이항을 앞세워 톈진항 전체를 스마트·친환경 항구로 바꾸고,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일컫는 ‘신품질 생산력’의 엔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9일 톈진항 내 스마트항구, 치차이(七彩)항의 모습. /이윤정 기자

◇ 인력 60%, 상·하역 시간 30%↓ … 탄소배출도 年 7.5만t 감축

치차이항은 5G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사람부터 차량, 컨테이너, 선박, 기계, 야적장까지 항구의 6대 요소를 모두 연결했다. 이를 조정하는 것은 치차이항의 ‘브레인’이라 불리는 관제센터의 직원 30여명이다. 이들은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데, 선박 접안부터 무인운반차 배치, 컨테이너 상·하역, 적재 등 모든 작업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원격으로 조정한다. 관제센터 관계자는 “배가 정박할 부두를 배치해 주면, 크레인과 무인운반차가 자동으로 움직여 컨테이너를 내린다”라며 “무인운반차도 이동 노선은 이미 다 정해져 있어 알아서 움직인다. 운행 중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만 원격 조정한다”라고 말했다.

자동화 덕에 운영 능력은 크게 뛰었다. 수동 방식 대비 인력을 60%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선박의 정박 효율성은 28% 높이고 상·하역 작업 시간은 26%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량 역시 20% 이상 줄어든다. 치차이항 관계자는 “기존에는 (컨테이너를 나르는 트럭 등으로 인해) 항구 내 차량 정체가 심했는데, 무인자율주행 등이 도입되고 나서 차량 정체가 사라져 작업 환경이 쾌적해졌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중국 톈진항 스마트항구 '치차이항' 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항구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모습./이윤정 기자

치차이항은 저탄소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항구 내 하역, 운송 장비부터 무인운반차까지 모두 전기로 구동되는데,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오지 않고 치차이항이 직접 생산한 태양광·풍력 에너지로 충당한다. 이를 위해 항구 내에는 8개의 풍력발전기와 1억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가 건물 지붕 등 항구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연간 약 7만5000톤(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 해상 판로 확대하고 ‘신품질 생산력’ 강화

치차이항은 올해 물동량을 280만TEU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설계 능력인 250만TEU를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 4월까지 이미 목표치의 30%인 80만TEU를 처리했다. 중국 수출입의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 월간 수출액은 4월에만 5.1%(위안화 기준) 늘어나 시장 예상치(1.3~1.5%)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1~4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고, 수입액 역시 같은 기간 6.8% 증가했다.

지난 9일 중국 톈진항 내 스마트항구 '치차이항'에서 운행 중인 무인운반차./이윤정 기자

치차이항을 통해 스마트 항구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이 같은 시스템을 톈진항 전체로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물동량이 2217만TEU에 달해 전 세계 8위를 기록한 톈진항은 현재 자동화율을 65%까지 끌어올렸다. 톈진항이 중국의 대외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해상 교차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자동화에 힘입어 중국의 해상 판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일에도 톈진항은 남미 노선을 추가, 브라질까지 배송 시간을 기존 54일에서 40일로 단축시켰다.

이 같은 스마트 항구는 올해 중국 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신품질 생산력’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신품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헤이룽장성을 시찰하면서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대량의 자원 투입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생산력과 달리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뜻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신품질 생산력의 예시로 치차이항을 꼽으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산업에 힘을 부여하고, 심층적 변화와 업그레이드를 촉진해 산업 사슬과 공급망을 지속해서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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