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손흥민' 꿈꾸던 20대 청년…장기기증으로 7명 '새 생명'

이연우 기자 2024. 5. 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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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진호승 씨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제2의 손흥민’을 꿈꾸던 20대 청년이 음주운전 사고 후 장기기증을 통해 7명의 생명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10년 넘게 축구선수 활동을 했던 진호승 씨(22·수원)는 지난 2022년 9월24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앞서 진 씨는 같은해 9월20일 친구를 만난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음주운전 차에 치여 쓰러졌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의 기증 동의로 진 씨는 심장, 폐장(좌, 우), 간장, 신장(좌, 우), 췌장, 안구(좌, 우)를 기증했다.

당시 가족들은 젊고 건강한 아들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었고, 기증을 통해 누군가가 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심장으로 가슴도 뛰는 그런 일상을 살 수 있겠다는 희망에 기증을 결심했다.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진 씨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늘 먼저 다가가는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어릴 적부터 제2의 손흥민 선수가 되길 꿈꾸며 10년 이상 축구선수 활동을 했고, 고등학생 때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서 활동하다 졸업 후 독일에서 1년 정도 유학 생활을 했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낸 시간이 지날수록 꿈이 많고 젊었던 아들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운동을 한 건강한 몸이라 7명이라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났기에 누구라도 이런 삶을 살고 간 사람이 있었다고 함께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언론에 알리는 용기를 냈다.

진 씨의 어머니 김보민 씨는 “호승아, 꿈에 엄마한테 왔었잖아. 엄마가 울면서 ‘너 이 녀석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고 호통치면서 너 얼굴 어루만지면서 울었잖아. 그랬더니 네가 잘 지내고 있다고 엄마 잘 지내라면서 꼭 안아줬잖아. 엄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하늘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엄마 아들로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해”라고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아픈 이들을 살리는 생명나눔의 실천을 통해 7명의 생명은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며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하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도 생명나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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