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의 '원기옥'처럼?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걷자는 "증세 동맹" 가능할까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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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불평등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날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여러 문제와 부작용의 결과 갈수록 심각해진 부의 불평등은 그 자체가 다시 사회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원인이 됐습니다. 자칫 헤어 나오기 어려운 악순환의 굴레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UC 버클리 경제학과의 가브리엘 쥐크망 교수는 "21세기 자본"으로 잘 알려진 토마 피케티, 에마누엘 사에즈 교수와 함께 지구적인 차원에서 점점 심화하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온 젊은 학자입니다. 지난해에는 40세 이하 경제학자 가운데 앞으로의 연구 성과가 기대되는 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기도 했습니다.
[ https://www.aeaweb.org/articles?id=10.1257/jep.38.2.227#:~:text=The%202023%20John%20Bates%20Clark,study%20of%20inequality%20and%20taxation. ]

그런 쥐크망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전 세계가 부자 증세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평소에 하던 주장에 비해 새로운 건 없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지적된 지는 꽤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해결책이 잘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하면, 시대의 사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불평등을 줄이는 문제에 관해 우리 사회는 어디쯤 와 있는지 돌아보게 해주는 글입니다.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억만장자들이 최소한의 소득세도 내지 않는 이유, 세금을 걷는 방법
[ https://premium.sbs.co.kr/article/qZC-FdaDRm7 ]

오늘은 현재 부의 불평등이 어느 수준인지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그래프 한 편을 소개하고, 쥐크망이 제시한 해법의 실효성에 관해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가 글이나 기사, 콘텐츠와 상호작용한다는 뜻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에게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호칭이 붙곤 하는데, 정확히 이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보통 사람들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깃허브 유저 MKorostoff가 이해를 돕기 위해 제프 베조스의 재산을 예로 들어 그래프를 그리고, 이를 간단한 
[ https://github.com/MKorostoff/1-pixel-wealth/commits?author=MKorostoff ]인터랙티브 그래프로 만들었습니다.
[ https://mkorostoff.github.io/1-pixel-wealth/ ]

독자가 해야 하는 상호작용은 단순합니다. 엄청난 '스크롤의 압박'을 견디며 베조스의 재산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오른쪽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밀어보는 겁니다. 그래프를 그릴 때 베조스의 재산은 1,850억 달러였는데, 지금은 2,100억 달러로 더 늘어났다는 점도 참고하시고, 오래 걸리지 않으니 꼭 한 번 직접 마우스를 스크롤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구와 태양의 크기를 비교해 이해하기 쉽게 써둔 기사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 밖에 여러 비유, 표현이 떠올랐지만, 이 그래프야말로 아무리 설명해 봤자, 직접 해보는 데 미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https://mkorostoff.github.io/1-pixel-wealth/ ]

▶ 그래프 보기
[ https://mkorostoff.github.io/1-pixel-wealth/ ]

그래프 중간중간 나오는 설명 가운데 인상적인 것 몇 가지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1,000달러는 너무 작은 점이라 모니터에 붙은 먼지처럼 보인다. 아니, 먼지도 저 작은 점보다는 큰 경우가 많다.
  • 미국 가계의 중위소득이 6만 8,000달러인데, 이 작은 사각형은 그래도 눈에 보인다.
  • 이어 100만 달러, 10억 달러가 표시되고, 베조스의 재산 1,850억 달러가 등장한다.
  • 옆으로 눕힌 거대한 막대그래프 아래 눈금이 있는데, 눈금 하나가 50만 달러다. 미국의 주택 중위가격이다. 베조스의 재산으로 평균적인 집을 40만 채 이상 살 수 있다.
  • 중간에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받는 연봉의 평균(3만 5,000달러)이 아주 잠깐 스쳐 간다.
  • 미국의 모든 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90억 달러다. 베조스의 재산은 2020년 7월 20일 (급등한 주가 덕분에) 하루에 130억 달러가 불어났다.
  • 베조스 같은 갑부 중의 갑부 앞에선 우리가 흔히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재산 규모도 그야말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비욘세의 재산도 4억 달러밖에(?) 안 되고, 창업자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 합류해 지분이 적은 애플의 CEO 팀 쿡의 재산도 고작(?) 6억 2,500만 달러다. 의사의 평생 기대소득(670만 달러)나 변호사의 평생 기대소득(400만 달러)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다.
  • 부자의 재산을 빼앗거나 강제로 환원하자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니다.
  • 위험을 무릅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시행에 옮겨 성공한 사람이 보상받는 건 당연하다. 다만 과연 이렇게 많은 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게 맞는지에 관해선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
  • 베조스를 포함한 미국 최고 갑부 400명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3조 2,000억 달러다. 미국 전체 소득 수준 하위 6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재산의 합보다 많다. 400명이 대략 2억 명보다 재산이 더 많은 거다.

스크롤만 해서 베조스의 재산을 표시한 막대그래프 끝에 이른 분은 없을 겁니다. 저도 중간에 아래 나오는 표시바를 보고는 포기했습니다.
 

'증세 동맹' 가능할까?

가브리엘 쥐크망의 목적은 갑부가 얼마나 재산이 많은지 드러내 이들을 악마화하는 게 아닙니다.

법을 지키며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됐다면 이는 비난보다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준법과 범법, 편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분야가 바로 세금인데, 쥐크망은 베조스 같은 갑부들이 세금을 안 내도 너무 안 내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칼럼에 소개된 LVMH의 창업자 베르나르 아르노처럼 유럽의 갑부들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도 재벌 총수 일가가 세금을 제대로 냈느냐 안 냈느냐는 늘 논쟁의 대상입니다.

쥐크망은 전 세계가 일종의 증세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피케티가 제안했던 전 지구적인 부유세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제안인데, 조세 회피라는 미명 아래 지금도 버젓이 계속되는 사실상의 탈세를 억제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전 세계가 다국적 기업의 이윤에 최소한의 법인세를 매기고, 베조스나 아르노와 같은 갑부들의 재산에 최소한의 부유세를 매기자는 제안입니다. 이들이 올리는 소득이 대부분 비과세 대상이다 보니, 이들의 재산은 한도 끝도 없이 불어납니다. (워런 버핏은 이런 상식에 어긋나는 세제가 부의 불평등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걸 막기 위해 이른바 버핏 세제(Buffett Rule)를 제안하기도 했죠.)
[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Buffett_Rule_Report_Final.pdf ]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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