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딜레마

우다빈 2024. 5.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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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소재 드라마들, 연이은 부진
시청자들 외면한 이유는?
업계 종사자들만 공감할 이야기
JTBC 신작 '비밀은 없어'는 아나운서와 예능 작가의 로맨스를 그렸다. JTBC 제공

최근 새롭게 등장한 징크스가 있다. 바로 연예계를 다룬 드라마들이 흥행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과거 '프로듀사' 외에 많은 작품들이 연예계, 엔터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했으나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간 예능·드라마 작가나 스태프들의 애환을 다뤘던 '별똥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전면으로 다룬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아이돌들의 고충을 담은 '이미테이션' '아이돌' 등이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징크스'라고 빗대 말하기도 했다. 앞서 작품들은 결국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만의 리그' 수식어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급부상하는 유행어가 있다. 바로 '도파민'이다. 자극적인 소재나 이야기에 도파민이 분출한다는 신조어인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이야기가 도파민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때론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현실이 등장하기에 대중에게 이 업계 이야기가 꽤 흥미로운 소재임은 맞다.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기에 수면 밑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전지적 참견 시점'이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스타를 향한 스포트라이트 뒤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을 앵글 안에 담으면서 사람 사는 냄새를 풍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계 소재의 콘텐츠는 진입장벽이 유난히 높다. 가장 먼저 공감성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사실 연예계 소재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것은 종사자들이다. '별똥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가 방영 당시 업계 종사들끼리 큰 화두였을 정도다. 이 드라마들이 어느 정도 현실을 닮았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업계 속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다. 최근의 드라마들이 시청자들과의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두지만 연예계 소재의 콘텐츠들은 업계 내부를 조명하기에 급급하다. 결국 연예계를 다루는 이야기들에겐 장르적인 재미가 숙제인 셈이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것보다 보는 이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는 신선함이 준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획일화된 캐릭터들도 입체적이지 못하다. 가령 방송작가 캐릭터들은 늘 업무 고충에 시달리고, 연예인들은 루머에 시달린다. 또 기자들 역시 늘상 파파라치처럼 묘사돼 '악역'을 도맡는다.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가령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그룹 이클립스 멤버 선재가 남자 주인공이다. JTBC '비밀은 없어'는 아나운서와 예능 작가의 로맨스를 그렸다. '비밀은 없어' 메가폰을 잡은 장지연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예계 소재의 이야기의 진부함을 일부 인정했다. 장 감독은 "방송국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전문적인 이야기인 데다 그간 많이 다루기도 했다"면서 연예계 내부 이야기의 단점을 공감했고 이러한 한계를 깨기 위한 노력으로 방송국 한정이 아닌 영역을 확장시켜 다양한 인물과 사건으로 보는 재미를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연예계 소재의 드라마들은 시청층이 정확하게 타겟팅 되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드라마 속 스타의 멜로에 관심이 없다. 아이돌이나 배우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는 선호하는 특정 스타의 자체 콘텐츠를 소비하는 편이다. 또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꾸며진 연예계 보다 실제 연예계의 생생함을 원한다. 드라마 속 연예인의 이혼보다 실제 연예인 부부의 이혼이 더 파급력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소재의 한계도 있다. 연예계 고충을 다루면서 서사가 진행되고, 그 안에서 사랑이 꽃피는 게 지금까지 연예계 소재의 드라마의 스토리다. 악덕 매니저, 배우 갑질, 스태프와 불화 등 고충이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다.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장치도 미비하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그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연예계와 현실이 너무 먼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법, 의학 등의 장르는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연예계는 반대 선상에 있다. 시청자들은 한 발 더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되고 몰입하지 못한다. 연예계가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문화라는 점도 불편한 요소로 작용한다"라고 분석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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