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보조금 전쟁에 맞불…삼성전자·하이닉스 꼼꼼하게 챙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반도체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조원 이상되는 두자리수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며 “재정을 밑에 깔고, 민간과 정책금융이 같이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주요 기업의 투자분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대신 민관 공동출자 펀드를 통해 취약지점인 소재·부품·장비, 팹리스(설계), 패키징(칩 연계 공정) 부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뒤쳐진 중소기업과 후공정 분야 투자를 촉진해 전체 생태계를 고르게 키운다는 구상이다.
내부적으로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을 응용한 지원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면 정부지원을 더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우선 구축하는 대책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이 시설을 빌려쓰면서 SPC에 임대료를 지급하고, 최종적으로 시설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정 여건상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SPC를 활용한 민관 협력사업을 통해 기업들이 생산시설 확충하도록 간접 지원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BTL은 SPC가 철도, 도로, 박물관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짓고 소유권을 국가에 넘기면, 정부가 SPC에 관리 운영권을 부여하면서 임대료를 지급하는 민관 협력사업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이 정부 대신 SPC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변경된 BTL 방식을 적용해 정부부담을 줄이면서 간접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은 “재정건전성과 첨단산업 지원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정부가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지원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활용한 클라우드 기술과 첨단 반도체 양산용 미니팹(공장) 기반 구축사업, 첨단 패키징 기술개발을 포함한 R&D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비는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R&D 예타사업의 37.3%에 달한다.
첨단산업 클러스터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자 공공주택 입주기회를 늘리고, 반도체 중소기업 기술료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며 정책 ‘속도전’을 주문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각국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공장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다”며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공급 과잉에 접어들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1~2년이 투자 골든타임”이라며 “지금 발 빠르게 나서 결과를 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일경제가 한국경제인협회에 의뢰해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의 2018~2022년 평균 법인세 부담률(법인세비용/ 법인세 차감전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부담률은 18.3%, SK하이닉스는 27.8%로 대만 TSMC(10.5%), 미국 인텔(10.8%)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지난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법인세 납부가 없었던 만큼 부담률 분석 기간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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