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가유산] 17일부터 문화재→국가유산…62년 만에 용어·체계 변화

김예나 2024. 5. 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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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기본법' 시행…국제 기준 맞춰 문화·무형·자연유산 세분화
'관리 사각지대' 비지정 유산도 보호…12월 9일은 '국가유산의 날'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지난 60여년간 법률·행정 용어로 폭넓게 쓰여온 '문화재'가 오는 17일부터 새로운 이름과 분류 체계로 바뀝니다. 그간의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한계점을 보완한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앞으로 달라지는 내용과 조직 개편, 각계 전문가 제언 등을 총 3꼭지로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널리 쓰여왔던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를 대신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국제 기준인 '유산'(遺産·heritage) 개념을 적용하고, 유형에 따라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 등으로 나눠 관리한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범하며, 보존·규제보다는 미래 가치 창출에 방점을 두는 'K-헤리티지' 육성에 나설 전망이다.

국가유산 체계 전환을 알아보자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0일 서울역 공항철도역 입구에 마련된 국가유산 디지털 홍보관을 찾은 시민들이 체험을 즐기고 있다. 국가유산 체계 전환을 알리기 위해 이달 19일까지 운영하는 홍보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인 경복궁, 국보 경주 첨성대 등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2024.5.10 hwayoung7@yna.co.kr

'재화' 느낌 강했던 '문화재' 용어 변경…국제 기준에 부합

문화재청에 따르면 오는 17일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된다.

기존의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법·행정 체계를 구축하고, 그 아래에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세부 분류해 관리하는 게 골자다.

용어와 분류 체계가 모두 바뀌는 것은 1962년 이후 약 62년 만이다.

그간 문화재라는 말은 널리 쓰였으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유네스코(UNESCO)가 1972년 제정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산'이라는 개념을 써오고 있다.

국가유산 설명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재 용어를 쓰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라는 용어는 1950년 제정된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에서 인용한 것으로, 재화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문화재 용어는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온 장인이나 자연물을 지칭할 때 부적합한 데다, 국제사회와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도 개선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2005년 명칭 및 분류 체계 개편 방안 논의를 시작한 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았고 2022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유산 체제 전환에 합의했다.

국가유산 분류 체계 설명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형 특성 고려한 세부 분류·관리…문화재청→국가유산청 개편

새로운 법이 적용되면서 기존의 명칭과 분류 체계는 모두 바뀐다.

기존에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 등으로 구분했으나 17일부터는 크게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뉠 예정이다.

현재 유네스코는 유산을 세계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가유산 체계의 문화유산은 국보, 보물 등과 같은 유형문화유산, 민속문화유산, 사적 등을 다룰 예정이다.

자연유산은 천연기념물과 명승을 아우르며 무형유산은 전통 예술, 의식주 생활관습, 민간신앙 의식 등을 아우른다.

2022년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전면 개선안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전영우 문화재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전면 개선안을 확정한 뒤 '미래지향적 국가유산 보호와 가치 증진'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4.11 utzzza@yna.co.kr

여러 법에서 쓰이고 있던 문화재 명칭은 '유산'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국가무형문화재, 국가민속문화재, 등록문화재는 각각 '국가무형유산', '국가민속문화유산', '등록문화유산'이 된다. 건물이나 땅 아래에 묻힌 '매장문화재'는 '매장유산' 등으로 바꿔 쓴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의 기관 명칭은 국가유산청으로 바꾸고,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등이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1995년 12월 9일을 기념해 매년 12월 9일을 '국가유산의 날'로 정해 기념할 예정이다.

창경궁 춘당지에서 펼쳐진 물빛연화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 대춘당지에서 시민들이 궁중문화축전 미디어아트 체험형 야간 관람 프로그램인 '창경궁 물빛연화'를 관람하고 있다. 2024.5.3 yatoya@yna.co.kr

'국가유산 활용 산업 장려' 명시…정책 패러다임 바뀔까

각종 용어나 명칭 변경에 더불어 국가유산을 둘러싼 정책 방향도 바뀔 전망이다.

앞으로 적용될 '국가유산기본법'은 향후 잠재적 가치를 가친 유산과 비지정 유산(현행 비지정문화재)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틀을 갖춘 게 특징이다.

비지정문화재는 국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등록되지 않은 유산을 뜻하는 말로, 그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새 체계에서는 시도지정문화재(추후 '시도 지정유산')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자연유산 가운데 향토 문화나 자연 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문화유산자료'·'자연유산자료'으로 지정·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유산 미래비전 선포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유산기본법'에 산업 육성을 명시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롭게 적용되는 법에서는 '국가유산을 매개로 하는 콘텐츠나 상품의 개발ㆍ제작ㆍ유통 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가유산을 활용한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존·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편익을 주는 국가유산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증진하도록 패러다임을 확장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유산 활용 행사가 늘고 국가유산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기술이 강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문화재청은 "K-헤리티지, K-컬처로 국가유산의 가치를 더해 진화함으로써 미래세대와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국가유산이 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국가유산산업전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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