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외로움 사회

정윤경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4.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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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관계를 갈망하는 인간이기에 느끼는 필연적인 감정이자 때로는 낭만적인 정서로 여겨지기도 한다.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이미 우리 사회에 고립과 관계의 단절, 그리고 외로움의 문제가 만연함을 인정하고 나아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개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데 심각한 위험임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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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외로움은 관계를 갈망하는 인간이기에 느끼는 필연적인 감정이자 때로는 낭만적인 정서로 여겨지기도 한다.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작년 11월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을 국제적 보건 위기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위원회가 출범되었다. 이 국제위원회의 명칭은 '사회적 연결 위원회'다.

사회적 고립이 타인과 상호작용의 빈도가 낮은 객관적인 상태라면 외로움은 양적이거나 질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정도로 충족되지 못함에서 오는 부정적인 심리정서적 경험이다. 이 둘은 개념적으로 다르며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의 접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고립이 외로움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자주 함께 언급된다.

손에서 놓지 않는 전화, 이메일, 언제나 접속되어 있는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로 인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항상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믿고 있던, 어쩌면 피상적일지 모르는 연결로는 충족되지 않는 다른 차원의 고립과 단절을 경험하였고 이를 계기로 많은 국가들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중요한 보건정책의 과제로 다루게 되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오랜 기간 지속되는 고립과 외로움은 인지 저하, 우울증, 심혈관 질환, 면역 체계의 문제 등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립과 외로움을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지는 국가들이 있다. 영국은 2018년 외로움부를 신설하고 기존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장관이 외로움부 장관을 겸직하게 하였다. 일본의 경우 2021년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담당실을 신설하였다. 미국의 보건당국은 고립과 외로움을 광범위한 확산성이 있는 국가적 보건 위기로 접근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외로움부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일본과 독일 정부 내의 고립과 외로움 전담 조직에서는 관련 실태에 대해 조사 하고 국가 차원의 장기적 대응 계획을 세우며 이 계획을 바탕으로 각 정부 조직과 지자체, 그리고 민간 기업과 지역 공동체 등에서 해야 할 일들을 결정한다. 이와 같이 일부 국가에서는 사회구성원들이 겪는 단절과 외로움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선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위험 현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2020년 기준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 그 외의 국가들까지 포함한 세계보건기구의 2019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12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였다는 것은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다. 고독사한 청년이나 노인이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뉴스에 이제는 많이 둔감해져 있는 나에게 놀랄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립과 외로움을 정책적 과제로 다룬 국가들의 노력이 우리 사회와 정부에 주는 함의가 적지 않다.'내가 만일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 줄까'하는 유명한 노랫말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 우리가 겪는 단절과 외로움은 한두 마디의 다정한 '위로'의 말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선 것일지 모른다. 이미 우리 사회에 고립과 관계의 단절, 그리고 외로움의 문제가 만연함을 인정하고 나아가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개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데 심각한 위험임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윤경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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