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밸류업 성공 열쇠… 기업 지키기 위한 법안 절실
[편집자주] 제22대 국회가 오는 5월30일 개원한다. 재계는 22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민생을 살리는 국회, 경제활력을 높이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심화와 저성장 고착화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에서 22대 국회가 각종 세제개선은 물론 규제혁파, 첨단산업 지원책 등 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입법활동에 앞장서 달라는 요구다. 22대 국회를 향한 재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요소를 해소해 투자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목적이다. 성공적인 밸류업을 위해선 한국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각종 규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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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은 가치 제고에 중요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사업별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사업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비효율 자산 처분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초안이 발표된 직후 기업들은 '공시 강화' 위주의 정책 방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기업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등 전통적 재무지표의 중장기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행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유인책으로 꼽혀온 법인세 인하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은 빠졌다. 기업들 사이에선 '공시 미이행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가이드라인에 시장의 반응도 차가웠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망감으로 초안 발표일(2일) 국내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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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삼성물산, 금호석유화학, KT&G 등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았다. 삼성물산은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금을 사측 안건인 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보다 훨씬 높은 보통주 4500원, 우선주 4550원을 제안하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까지 요구해 표 대결을 진행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도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외에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다. 자사주마저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소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장사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 제한하는 규제 완화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는 상법상 주총에서 기본적인 안건을 결의하려면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감사 선임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 부여해 지배권을 보장하는 주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적극적인 방어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부 정책의 도움이 필요한데 재벌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적대적 M&A 등 경영권을 공격받았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포이즌필이 도입된다면 기업들이 기본적인 방어권 행사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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