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배관교체 널리 알려달라?…집값 '맹신주의'의 초상[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2024. 5. 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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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파트 공화국'에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가격으로 환원하는 데 익숙하다.

시장에서 형성된 아파트 가격을 신봉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항상 우상향만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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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2024.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박원갑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가치는 얻게 되는 각종 서비스의 총량이고, 가격은 표시된 금액이다. 가치는 내가 받는 것이고, 가격은 내가 내는 것”이다. 이 개념을 집에 적용하면 주택 가격은 주거의 효용에 지불하는 수단적 가치에 불과하다. 본래 집은 가격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공간재다. 집의 본래 가치에 충실할수록 삶의 안식처 기능이 강해진다. 철학자 박이문도 “집은 삶의 가장 핵심적 요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집은 사고파는 교환가치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집을 잘 사고팔아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은 범용 재테크의 방법으로 칭송된다. 매스컴에서는 매주 아파트 시황을 내보낸다. 나의 판단이 얼마나 옳고 틀렸는지 점수를 매겨 매주 성적표를 보내는 것 같다.

‘아파트 공화국’에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가격으로 환원하는 데 익숙하다. 아파트를 공간적 의미보다는 숫자로 추상화된 대상으로 대하면서 인식의 틀이 달라진다. 가치보다 가격에 치중하면 본질이 왜곡된다. 다양한 삶의 척도를 배제한 채 오로지 화폐가치 하나로 환산해 줄을 세우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가격 중심적 사고에 익숙해지고, 이제는 공기나 물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파트를 사면 그날부터 ‘아파트교’의 독실한 신도로 살게 된다.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믿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아파트 가격을 신봉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지인이 전화로 부탁을 해왔다. 자신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난방 배관을 전면 교체하는 공사를 했는데, 언론사에 알릴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 아파트 배관 교체까지 남들이 알아야 할까. 살기 편하면 그만 아닌가.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파트값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인의 속내는 대대적인 공사를 해서 살기 좋아졌으니, 남들도 이를 알아줘서 아파트값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어찌 보면 지인의 행동은 이상할 게 없다. 우리도 아파트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가격과 연관해서 생각하고 또 당연한 듯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가격의 우상향을 염원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단지 그 염원을 강하게 드러내느냐, 아니면 모르는 척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 염원은 결국 돈에 대한 욕망으로 투영된다.

주거 공간으로서 아파트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실 편리함 측면에서 아파트만 한 게 없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은 항상 우상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모든 부풀림은 언젠가는 꺼지게 되어 있다. 지금은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거품 해소 과정이다. 가뜩이나 경제의 펀더멘털인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도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상향에 대한 맹신보다는 그 믿음이 헛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가격 중심적 사고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야 한다. 집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가격에 따라 나의 행복도 춤추지 않는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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