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강자 SK증권에서 10년간 벌어진 일...이게 정말이라고?

김세관 기자, 김지훈 기자 2024. 5.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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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SK증권 어쩌다]①10년의 F학점
[편집자주] 한때 SK그룹 계열 증권사로 '강소' '알짜'란 수식어가 붙었던 SK증권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실적은 후퇴하고 존재감은 사라졌다. 부진 속에서도 10년간 자리를 지킨 장수CEO(최고경영자) 김신 전 대표의 과오가 부각된다. SK증권은 어쩌다 속 빈 강정이 됐을까

중소 증권사 7년 평균 ROE/그래픽=김다나
#증권사들의 기업가치는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코스피 증권업 지수는 지난 10년간(2014년초~2024년5월10일) 1509.39에서 2069.58로 37% 상승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7년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및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2017~2023년 참고)는 7.86%을 기록했다. 활황이었던 2021년 ROE는 12%로 주요 그룹 계열사들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키움증권, 다올투자증권, 흥국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7년 평균 두자릿수를 기록한 회사들이다.

#증권업계 평균을 깎아내리는 회사도 있다. SK증권이 대표격이다. 최근 7년 평균 ROE가 2.78%에 불과하다. 비슷한 규모의 △교보증권 7.69% △DB금융투자 5.53% △하이투자증권 6.79% △부국증권 7.75% 등 티어그룹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한 증권사 임원은 "F학점 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표가 엉망"이라고 귀띔했다.

업계 최고수준인 부문도 있다. 임원 숫자다. 904명 임직원 가운데 임원이 무려 103명으로 11%다. 삼성증권은 1%, 교보증권 3%, 하이투자증권 4%, 키움증권 5%, 한국투자증권 2%, 메리츠증권 3%다. 타사 팀장, 부장급이 SK증권으로 이직하면 임원이 된다.

소액주주들의 속을 까맣게 타들어간다. 주가가 10년간 663원에서 599원으로 10% 하락했다. SK증권을 믿은 장기 투자자일수록 손해가 크다. 지난해 현금배당 수익률은 0.76%다. 대신증권은 10년간 주가가 2배 넘게 올랐고 지난해 현금배당 수익률이 7.41%에 달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나오면서 저평가된 증권주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SK증권은 열외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까지 불똥이 튄다. 소액주주들은 "(SK증권 애널리스트들이) 가치평가한 내용을 신뢰 할 수 있겠느냐"며 토론방에 애꿎은 화풀이를 한다.
시총, 매출, 순익 모두 10여년간 경쟁사 대비 위축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SK증권의 시가총액은 28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초까지만해도 3900억원 이상이었다. 비슷한 시기 시총이 1530억원대로 SK증권보다 규모가 작았던 유진투자증권의 최근 시총이 4000억원을 넘긴 것과 비교된다.

시총 뿐만이 아니다. SK증권은 경영실적 면에서도 10여년 전과 비교해 퇴보하거나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매출(영업수익)은 별도기준 2012년 5206억원에서 지난해 1조619억원으로 12년간 2배 가량 늘어났다. 비슷한 규모인 하이투자증권은 이 기간 7.5배(3361억원→2조5119억원) 성장했다.

수익성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별도기준 SK증권의 2014년 순이익은 34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 331억원까지 늘기도 했으나 시장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역성장을 면치 못한다. 최근 2년간 순이익은 각각 44억원, 21억원에 그쳤다. 2022년 0.74%로 0%대로 떨어진 ROE는 2023년 0.35%까지 악화됐다.

2012년 3조9648억원이었던 자산규모는 지난해 5조5960억원으로 늘었지만 유진투자증권(3조3904억원→8조1279억원)과 하이투자증권(3조386억원→10조6909억원)에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적이 퇴보하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미래가 있는 증권사라 말하기 어렵고 투자가치는 더더욱 없다"는 경쟁사 임원의 말은 뼈아프다.

SK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2억원으로 운용부문의 수익증가 및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손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SK증권, 고정비 부담 크고, 수익성 동종업계 평균 하회"
투자업계에서는 SK증권의 이 같은 경영실적 후퇴를 방만한 조직 운영과 연결짓기도 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해 말 공개한 기업 분석 리포트를 보면 SK증권을 고정비 부담이 크고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Peer(동종업계)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형사 중 가장 큰 임직원 및 지점 규모를 보유함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3개년(2020~2022년) 회사의 평균 ROA(자산수익률)는 0.3%로, 중소형사 평균(2.2%)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초 990명이었던 SK증권의 직원은 지난해말 904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20명에 불과했던 임원수가 103명으로 늘어났다. 총 임직원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고소득을 받는 임원은 무려 5배가 늘어난 것.

아울러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형사 중심의 경쟁 심화로 위탁매매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점 △1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이 대부분 지방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질적 리스크가 높은 수준인 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분투자와 IB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총위험액 및 우발부채 규모가 과거 대비 증가한 점 등을 SK증권의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유동성 위험은 낮은 편이라고 봤다.
10년 독자경영 해온 김신 전 대표 책임론 부상
일각에선 SK증권의 부침을 지난 10여년간 경영을 책임져온 김신 전 대표의 책임론과 연결한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취임 이후 올해 초까지 SK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2018년 SK증권이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에 인수되면서 SK계열에서 이탈했음에도 대표직을 유지했다.

SK증권 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관련, "2013년 580억원 영업손실이였으나 2014 년 회사 취임 이후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흑자경영을 이어 갔으며, 친환경 특화, 디지털 금융 플랫폼 증권사로 입지를 굳히는 등 경영성과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올해 10년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지위를 바꿔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SK증권 관계자는 "김신 전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신사업 발굴과 해외사업 개척 등 전략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SK증권 당기순익이 21억원인데, 김 전 대표 급여만 17억원"이라며 "소액 주주들이 김 전 대표가 오너 경영을 연상시키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성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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