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한 개인 투자자 역할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024. 5. 13.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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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Google)을 팔면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살 수 있다.

혁신을 탑재한 걸음마 기업들 뿐 아니라 사업 분야를 변경하려는 기업들이 쉽고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유독 한국에서만 공매도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개인투자자의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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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증권학회장).

구글(Google)을 팔면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살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시가총액만 보면 얼추 그렇다. 오히려 돈이 조금 남을 수도 있겠다. 미국은 유통주식 수, 한국은 발행 주식 수로 시가총액을 산정하므로. 두 가지 측면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과 한국 기업의 가치가 생각보다 적다는 점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가이드라인이 최근 발표됐다. 핵심 내용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긍정적 의견이 공존한다. 프로그램의 성패는 가치 제고에 대한 기업들의 '자발적' 호응도에 맡겨졌다.

밸류업의 사전적 정의는 가치 상승이다. 기업가치는 본질가치를 의미하는 내재가치와 시장에서 평가하는 시장가치가 있다. 한국 기업은 본질가치가 낮을뿐더러 시장에서 제값도 받지 못한다. 낮은 주주환원율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배당 성향이나 자사주 매입률을 높이고 있다. 인적 분할 시 자사주 마법을 금지했고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심사도 강화했다. 배당절차도 개선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별로 감복하지 않은 듯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결국 본질가치를 올려야 한다. 본질가치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측정된다. 보다 많은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성장성, 활동성을 높이면 된다. 현실은 거꾸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산업 전체의 영업이익률, 매출액증가율, 재고자산회전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세금을 줄여주고 이자 비용을 낮추고 자산회전율을 높이면 현금은 많아진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연구개발비를 감안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수적이다. 성장성 높은 미래 지향적 산업 위주로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혁신을 탑재한 걸음마 기업들 뿐 아니라 사업 분야를 변경하려는 기업들이 쉽고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메자닌이나 각종 구조화 채권을 발행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사모나 공모 에퀴티(equity)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투자 주체가 개인투자자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렇다. 개인투자자 수가 1400여만명이다. 국민 4명 중 1명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총거래대금 기준으로 개인투자자 비율은 60%가 넘는다. 미국 개인투자자 비율의 두 배를 넘어선다. 유독 한국에서만 공매도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개인투자자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이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소액주주도 기업의 주인이다. 물론 소액주주와 대주주 간 대리인 문제는 당국이 풀어야 할 선결 과제다. 주인이면 기업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단기적 충동적이 아닌 장기적 분석적 투자로 기업의 가치 증진 과업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 전근대적 사고일지는 모르겠으나 국장(국내시장) 활성화에 애정을 갖고 한 축을 담당하기를 바란다. 유난히 군집행동의 정도가 높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속성을 방향만 살짝 바꾸면 될 것 같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건전해진 자본시장은 분명 과실을 남겨줄 것이다. 선순환적 투자문화를 또 하나의 K-컬쳐로 정착시켜 보자. 그러면 기업의 밸류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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