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여행카드,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강한빛 기자 2024. 5. 1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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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계획 중이라는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에게 이번 여행에 어떤 카드를 들고 갈 거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우리 회사 카드가 제일 좋죠"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어떤 카드를 들고 여행길에 오를지 미지수다.

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것도 번거롭고 여전히 현금만 고수하는 해외 여행지도 많아 굳이 카드 발급의 이유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여행길은 두근거리는 카드 결제로 시작해 카드 값으로 현실을 마주하며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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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여행족을 겨냥한 카드 출시가 활발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사실 저희도 어떤 카드가 좋은지 헷갈려요. 워낙 이름도, 서비스도 비슷하다 보니"

여름 휴가를 계획 중이라는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에게 이번 여행에 어떤 카드를 들고 갈 거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우리 회사 카드가 제일 좋죠"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어떤 카드를 들고 여행길에 오를지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카드업계를 이끌고 있는 트렌드는 단연 '해외여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마치 전생의 일처럼 느껴질 만큼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카드사들은 너도나도 해외 여행길에 들고 갈만한 카드를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22년 출시된 하나카드 '트래블로그'의 뒤를 이어 지난 2월 나온 신한카드의 '쏠트래블', 지난달 나온 KB국민카드의 '트래블러스'까지 고금리, 수수료 재산정 이슈 등으로 축 처져있던 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돈 것 같아 출입 기자로서 기쁜 맘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상품들이 이름도 혜택도 비슷비슷해 카드를 추천해 달라는 지인들의 물음에 확실하게 답을 못하겠다는 거다. 다른 듯 닮은 상품들에 마치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 부캐(부캐릭터)가 여러 개인 듯한 느낌도 받는다.

물론 서비스 수준이 상향평준화 됐다는 이유도 크다. 앞서 말한 세 카드 모두 외환 수수료가 없다. 여기에 해외 결제, 출금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고객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부분이다.

물론 각사별 두드러지는 서비스도 있다. 신한카드는 전 세계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 KB국민카드는 e심(eSIM) 20% 할인, 하나카드는 고객끼리 외화를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여기에 지원 통화수가 다 다른 점도 차별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드사별로 분명 다 다르다.

하지만 여행객이 현지에서 가장 빠르고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세 카드사 모두가 제공하는 해외결제, 출금 수수료 면제 서비스라는 점을 보면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결국 그나마 구미가 당기는 플레이트 디자인을 골라 카드를 발급하거나 주거래 은행에서 내놓은 카드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 금융상품은 한 번 쓰면 오래 쓰는 장기고객이 많고 다른 금융사로의 이탈이 적어 쓰던 은행의 카드를 쓰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것도 번거롭고 여전히 현금만 고수하는 해외 여행지도 많아 굳이 카드 발급의 이유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여행길은 두근거리는 카드 결제로 시작해 카드 값으로 현실을 마주하며 끝이 난다. 카드 한 장으로 고객의 여행을 책임지겠다는 카드사들의 홍보 문구는 단순 문구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레이스 위 선수들은 늘고 있고 경쟁은 시작됐다. 고객의 지갑 한편을 차지하기 위한 눈치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고객은 안다. 어떤 카드가 가장 좋은 카드인지. 고객들의 여행길을 더욱 설레게 만들 카드사들의 경쟁을 기대해 본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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