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인공지능 시대의 사농공상

관리자 2024. 5.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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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른바 '블루칼라', 즉 육체노동 인력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화이트칼라(사무직)'의 일은 앞으로 '챗GPT(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로 상당 부분 대체될 수 있지만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은 AI 로봇이 대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재들의 폭넓은 경쟁과 협력이 살아 움직이는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야만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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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육체노동인력 더 중요
로봇이 인간 손발 대체 어려워
글 읽고 머리쓰는 사람들 우대
기술직·생산직 천대 풍토 잔존
융합적 사고하는 인재형 필요
교육·산업 연계해야 발전 가능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른바 ‘블루칼라’, 즉 육체노동 인력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화이트칼라(사무직)’의 일은 앞으로 ‘챗GPT(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로 상당 부분 대체될 수 있지만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은 AI 로봇이 대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기술적으로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꽤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블루칼라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다른 하나는 바로 숙련공의 고령화에 따라 이를 대신할 젊은 숙련공의 부족이다. 이 현상은 산업현장에서 심각하다. 조선산업의 숙련공이 부족해 현재 신규 채용 인력의 86%를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있다. 건설현장도 마찬가지여서 상당한 인력을 외국인 미숙련 근로자로 채우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산업현장의 재해와 부실공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 피해자수는 1999년 이후 지속해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우하지 않았다. 소위 ‘사농공상’이라 하여 글을 읽고 머리를 쓰는 사람을 대우하고 농업·공업·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높이 치지 않았다. 산업화 이후 사농공상의 서열은 표면적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의 위상이 낮으며 구직자들은 기술직·생산직보다는 관리직·사무직을 선호한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직업의식과 직업윤리의 국제비교’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중국의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위세가 높은 직업군’은 약사, AI 전문가,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등교사, 은행 사무직원 등 최근 인기 직종이거나 화이트칼라 직종들이다. 반면 ‘위세가 낮은 직업군’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계공학 엔지니어, 중소기업 간부사원, 소방관, 건설 일용근로자 등 공학계열과나 블루칼라 직종이다.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부터 잠재된 패턴을 찾는 귀납적 추론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일을 통해 축적된 경험치가 중요하다. 또한 인간의 지능처럼 한분야 지식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인력도 이에 걸맞은 융합적 사고를 함으로써 이론과 실제, 학교와 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맥락적 지식과 시스템적 사고를 소유한 인재형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재들의 폭넓은 경쟁과 협력이 살아 움직이는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야만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산업계와 교육계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 직업 분포도 화이트칼라 직종에 인재들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인력 생태계의 불균형이 심하다. 숲 생태계에 비유하면 토양이 열악한 상태여서 나무(기업)들이 잘 자랄 수 없는 형국이다.

기초기술이 사업화되기까지 여러 단계가 촘촘하게 짜져야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널 수 있듯 교육계와 산업계의 연계도 정밀하게 설계돼야 양자가 효과적으로 연결된다. 직업교육을 한층 더 강화해 풍성한 블루칼라 인력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리스킬링(다시 배우기)’ 시스템도 필요하다.

사회 전반의 실사구시를 구현해 우리의 마음속 사농공상을 실질적으로 타파해야 진정한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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