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미 석달 전에 '이스라엘 무기지원 중단' 경고했다"

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2024. 5. 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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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미국이 이미 석달 전에 이스라엘의 라파 전면전에 대해 경고하면서 '무기 지원 중단' 방침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라파 지상전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책의 변경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때가 미국이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위협한 순간이었지만, 백악관은 양국 정상의 통화 후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갑작스럽게 나온 게 아니라 이스라엘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이미 수개월동안 지속적인 노력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3개월간 이스라엘을 수면 아래서 설득해왔지만, 라파 공격이 임박했다는 시그널이 전해지면서 '무기 지원 중단'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석달 전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는 라파 지상전 만류를 지지할 수 없다. 그것은 엉망이 될 것"이라며 이견을 드러낸 데 이어, 최근 미국의 '공격 무지 지원 중단' 방침이 나온 뒤에도 "이미 말했듯이 만약 미국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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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첫 경고 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2월 1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라파에 대한 침공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내놓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 지목하며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려는 그는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도리어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일종의 '레드라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남은 하마스 테러 부대를 라파에서 격퇴하겠다는 것은 내 개인적 생각이 아니라 이스라엘인 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정책"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월 14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네타냐후 내각의 교체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유대인인 슈머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은 외톨이가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 중대한 시점에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의 건전한 의사결정 과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도 "척 슈머는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좋은 연설을 했다"고 두둔했다. 

이후 바이든·네타냐후 양국 정상은 3월 18일 한달여만에 통화를 갖고 라파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접점은 찾지 못했다. 

통화 이후 이스라엘측은 "하마스 제거와 인질 구출 등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반면 미국측은 "또다시 대규모 지상전을 라파에서 벌이는 것에 대해 미국이 깊이 우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공습 당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모습.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4월 2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들이 사망하면서 미국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4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WCK 직원 7명이 희생된 이스라엘의 오폭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휴전이 필수적이고, 휴전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총리가 협상가들에게 전권을 부여해야한다"고 말했다. 

WCK 오폭 사건으로 민주당 의원들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민주당 일각의 요구에 동참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새로운 무기 패키지 이전을 승인하기로 한 최근 결정을 재고하고, 이번 오폭에 대한 완전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공격 무기 이전을 보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초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고폭발성 폭탄 1회분의 선적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갈 경우 공격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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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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