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따뜻한 봄날, 청춘은 지금

이경미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 2024. 5.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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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며 선물을 건네줬다. “따뜻한 봄날, 청춘은 지금.” 순간 반백살을 앞두고 있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엄마를 응원하는 아이의 마음에 울컥했다.

여성에게 나이 오십이라는 의미는 듣기 싫은 ‘아주머니’에서 여차하면 ‘할머니’가 되는 길목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게다가 가장 큰 변화가 있다. 바로 ‘폐경’이다. 폐경은 대부분 45~55세 사이에 발생한다. 오래전 평균수명이 60세를 겨우 넘기던 때는 폐경 후 사망까지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십 인생 산 만큼 더하기 오십년을 어떻게 살 건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그래서 여성은 특히 폐경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폐경 이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여성은 모르거나, 무시하거나 하면서 무방비로 지나온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과연 제 2의 청춘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일단 폐경 4, 5년전 폐경이행기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여성호르몬의 혈관보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관리가 우선이다. 식이 관리 및 필요시 약 복용이 필요하다. 골다골증도 문제이기 때문에 미리 골밀도를 높여놔야 한다. 운동 및 칼슘, 비타민 D 보충도 필요하다. 수면 장애도 많기 때문에 낮에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고 수면 패턴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호르몬대체치료(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 약제를 권유 받아도 부작용을 걱정해 식품이나 건강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여성이 많다. 그러나 호르몬대체치료는 자신의 상태에 맞게 받으면 부작용 없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50대 전후로 홍조나 발한, 수면장애, 성기능 장애와 같은 갱년기 증상이 생겼을 경우 올바른 호르몬대체치료를 시행하면 증상 치료뿐만 아니라 골다공증과 인지장애 등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단, 호르몬치료를 받으면서 주기적인 검사로 본인 상태를 체크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잘 사용하면 명약인 여성호르몬 보충치료가 한때 유방암 발생에 대한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고 이로 인해 호르몬치료는 위험하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하지만 추후 발표된 결과와 지침들은 폐경기 증상 중 혈관운동성 장애(안면홍조 발한 수면 장애 등), 비뇨생식기 위축 증상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의료계에서는 이를 gold standard로 표현)으로 호르몬 치료임을 명확히 한다. 60세 미만, 혹은 폐경 후 10년이 경과하지 않았고 호르몬 치료의 금기가 없다면 가장 적당한 경우라 볼 수 있다.

호르몬 치료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유방암 발생에 대한 최신 지견을 살펴보자. 2022년 발표된 북미폐경학회 최신 견해에서도 호르몬 치료에 의한 유방암 발생의 위험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사용하는 호르몬 요법의 경우 1년간 1000명당 1명, 5년간 사용한 경우 1000명 당 3명이 더 발생한 정도다. 다만 호르몬 치료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폐경 후 여성은 정기적인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경 여성의 50% 정도는 폐경비뇨생식증후군을 앓는다. 폐경비뇨생식증후군은 폐경 후 호르몬 변화로 인한 질 건조와 작열감, 성관계 시 윤활 감소, 통증, 요실금 등의 증상을 말한다. 이런 증상은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주고 우울감을 느끼게 한다. 저용량의 에스트로겐 질정이나 연고를 사용하면 전신부작용은 줄이면서 안정한 폐경기 치료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주고 성교통 감소, 새로이 생기는 당뇨병 발생 감소, 우울증세 개선 등에서도 부가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리 준비하고 치료도 적극적으로 한다면 폐경이라는 허들을 극복하고 진짜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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