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가족과 마트 오니 좋아”…시장 상인은 기대반 우려반

이유진 기자 2024. 5.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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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일요일 휴업폐지 표정

- 사하·수영·강서·동구 등 4개구
- 휴업 2·4주 월요일로 전환 돌입
- 고객 “헛걸음 많이 했는데” 반겨
- 인근 상인 환영·걱정 엇갈린 반응
- 마트직원노조 여전히 반대 입장

“오늘 부산 사하구 대형마트가 영업한다는 뉴스를 보고 일찍부터 장을 보러 왔습니다.”

12일 ‘일요일 정상영업’ 안내문이 부착된 부산 롯데마트 사하점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이곳을 비롯, 부산 사하·동·수영·강서구 등 4개구 관내 대형마트는 이날부터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이달 2주 차 일요일인 12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롯데마트 사하점에서 만난 최모(40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중등생 자녀 2명과 함께 마트를 찾은 최 씨는 “마트 3층 세탁소를 이제 매주 일요일 이용할 수 있게 돼 좋다. 오늘도 아이들 교복을 찾으러 왔다가 필요한 물건도 사간다”고 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4개구(사하·동·수영·강서구) 관내 대형마트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해당 4개구 관내 대형마트들이 기존 매달 2, 4주 차 일요일에서 2, 4주 차 월요일에 문을 닫기로 하면서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발효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도입 후 12년여 만이다. 이는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부산시도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계획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마트 사하점 곳곳에는 ‘5월부터 정기휴무 변경’ ‘매주 일요일 정상 영업합니다’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등의 안내 현수막이 붙었다. 마트 내 방송을 통해서도 이를 알렸다. 또 의무휴업일 변경을 기념해 이곳에서는 단독 사은행사로 이날 하루 7만 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신라면(5입)을 증정했다.

마트가 문을 연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으나 고객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고객 대부분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반겼다. 아이와 부모님 등 가족과 함께 마트를 찾은 성모(30대) 씨는 “주말이 아니면 가족과 함께 장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 마트 휴업일을 따로 파악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며 “이전에는 일요일에 급하게 마트를 찾았다가 헛걸음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사하구 주민 이지숙(53) 씨는 “평소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라고 해서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았다”며 “마트에서는 생필품 위주로 사고, 시장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과일·채소류와 반찬류를 구매한다”고 전했다. 이들 카트에는 생필품 등이 한가득 담겼다.

마트 입점 업체의 반응은 갈렸다. 이 마트에 입점한 어묵가게 사장 강윤모(40대) 씨는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1.5~2배 이상 많기 때문에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온라인 유통업체에 오프라인 시장이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주말 영업은 꼭 필요하다”고 환영했다. 반면 마트 4층 헬스장 관계자는 “회원 중 인근 공장 등을 다니는 직장인이 많은데, 평일에 쉰다고 하니 회원권을 환불하는 사례가 잇따른다”고 울상을 지었다.

인근 전통시장 상인 반응도 나뉘었다. 장림골목시장에서 10년 넘게 채소 장사를 하는 상인은 “마트가 쉬는 날은 다니는 사람이 더 없다”며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주말 유동인구가 늘면 시장에 오는 사람도 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반면 이곳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사하구에 대형마트만 3개인데, 일요일에 모든 마트가 문을 열면 시장에 오는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부터 일요일 정상 영업을 시작한 다른 지자체 대형마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날부터 사하구 대형마트 3곳(롯데마트 사하점·탑마트 신평점·홈플러스 장림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11곳이 일요일 정상 영업을 시작했다. 수영구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남천점은 이달 말 폐점 전까지 일요일은 정상 영업한다. 수영구 SSM 2곳도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전환했다. 수영구 코스트코 부산점은 이날 문을 닫았다. 기존대로 매월 2, 4주 차 일요일에 휴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구의 SSM 3곳도 2, 4주 차 월요일에 쉰다.

강서구는 이달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을 철회했다. 의무휴업을 마트 자율에 맡겨 규정상 365일 내내 영업할 수 있다. 다만 강서구 유일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명지점은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고려해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월요일 휴업한다.

부산의 나머지 12개 구·군은 오는 7월 의무휴업일을 변경할 예정이다. 지역의 모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는 것은 광역자치단체로는 대구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부산본부는 마트 직원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 등을 이유로 여전히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반발하며 부산시청 앞에서 피켓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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