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아휴직자 쫓아내는 어느 공기업(GKL)

경기일보 2024. 5. 13. 03: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아 복지는 이제 ‘좋은 직장’을 가늠하는 척도다. 남성 직장인의 육아휴직도 그 기준에 있다.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느냐가 비교된다. 삼성전자는 남성육아휴직자가 2021년 이미 1천명을 돌파했다. 2022년에도 1천31명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도 2022년 285명이 사용했다. 포스코도 2019년 33명, 2023년 115명으로 늘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복귀 후 인사에 어떤 불이익도 없다.

남성육아휴직이 일반화된 또 하나의 직군은 공기업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의 최근 자료를 보자. 339개 공공기관의 남성육아휴직이 5년 새 2배 늘었다. 구체적으로 2019년 2천564명, 2020년 3천149명, 2021년 3천595명, 2022년 5천255명이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육아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 14.7%에서 지난해 23.6%로 커졌다. 역시 어떤 불이익도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다른 얘기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내 잡음이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남성 직원 A씨가 2022년 10월 육아휴직을 썼다. 15년간 카지노 내 부정행위 감시 업무를 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지난해 10월 복직했다. 세 명의 자녀를 양육하느라 근로 시간 단축도 신청해 활용했다. GKL 측이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다른 지역 지점에 딜러로 발령했다.

출퇴근 시간만 1시간30분 가까이 늘어난 지역이다. 딜러는 15년간 그가 해보지 않았던 업무다. 누가 봐도 부당했고 A씨가 항의했다. 그러자 근무지는 원상 회복했는데 딜러는 그대로였다. 결국 A씨가 신고했고 고용노동부도 원직 복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GKL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했다. A씨는 “근래 이런 전보의 예가 없다”며 “변호사가 4명이나 붙은 회사 측과 싸우려니 피가 마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게다가 GKL은 정부의 가족친화인증 기업이다. 여성가족부(한국경영인증원)가 2008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다. 자녀 출산 및 양육 지원을 위한 시책이다. 선정된 기업은 사업 참여 시 가산점 부여, 은행 대출 금리 우대, 신용보증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이런 인증까지 받은 GKL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이건 누가 봐도 불이익이다. 고용노동부도 원상복직을 명령했다. 그런데 왜 쟁송까지 하며 맞서는 것인가.

혹여 우리가 모르는 곡절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인 정부 정책 무시인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