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는 싼 맛에 산다고? 이젠 2000만원 넘는 이 車들이 대세

이영관 기자 2024. 5.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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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SUV 인기에 ‘신차급’ 중고차도 수요 늘어
그래픽=김성규

지난 9일 공시된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올 1분기(1~3월) 실적을 둘러싸고, 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케이카는 매출 규모에서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이다. 전체 중고차 거래(195만대)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케이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한 17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로 최고 실적이다. 매출(6044억원)과 중고차 판매(4만93대)는 분기 최대다.

업계에선 2000만~3000만원대 중고차 판매 비율이 크게 늘면서 레몬마켓(싸구려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불렸던 중고차 시장의 체질이 개선되고, ‘싼 맛에 중고차를 산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싼 맛에 중고차 산다’는 옛말

과거 중고차 시장에선 1000만원 미만 실속형 차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엔 신차 가격과 맞먹는 2000만~3000만원대 차량 선호가 높아졌다. 경차나 내연기관차 대신 비교적 가격이 비싼 SUV와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가 늘어난 영향이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신차를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늘면서, 주행거리가 짧고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신차급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1000만원 미만 차량 판매 비율이 줄고 2000만~3000만원대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은 최근 들어 가속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변화가 컸다. 케이카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격대별로 중고차 판매 비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2000만원대다. 작년 1분기(17.3%)보다 5.4%포인트 늘었다. 3000만원대 중고차가 1.9%포인트 늘며 뒤를 이었다. 반면 올 1분기 1000만원 미만 중고차 판매(24.5%)는 8.9%포인트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19년(46.4%)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그쳤다.

SUV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2000만~3000만원대 차량의 판매 상승을 견인했다. 최근 내수 침체로 1년 넘게 걸리던 신차 대기 기간이 수개월 수준으로 줄었지만, 일부 인기 하이브리드 모델은 여전히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출시된 더 뉴그랜저 하이브리드 중고 모델은 올 1분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늘었다.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105%), 소형 SUV 셀토스(202%)도 판매량이 올랐다.

◇AI가 매물 관리, 투명해지는 중고차 시장

레몬마켓으로 불렸던 중고차 시장의 체질이 개선되는 한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별 매매 업체 위주였던 중고차 시장에 대형 중고차 플랫폼과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들었고, AI(인공지능) 기술이 중고차 재고 관리 시스템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은 차량 진단과 검수, 차량 추천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내·외부 사진만으로 번호판, 옵션, 주행거리, 세부 모델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판별한 다음 사람이 검수하기 때문에 차량 정보의 신뢰성이 높다. 케이카는 작년 5월부터 AI가 중고차 판매 적정 가격과 추가 매입해야 하는 차량 대수 등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셀토스와 팰리세이드 등 SUV 차량의 올 1분기 판매 기간을 10일 넘게 줄였다. 중고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판매 기간을 줄이는 것이 마진을 높이는 데 핵심이다.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는 AI 기반의 ‘중고차 숨은 이력 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고차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정비·보험·침수 이력 등을 알 수 있다. 작년 중고차 인증 판매에 뛰어든 현대차·기아는 VR(가상현실) 등 기술을 모바일 앱에 적용했다. 앱을 통해 차량 내·외관을 ‘360도 VR 콘텐츠’로 보고, 시동을 걸 때 나는 엔진 소리와 진동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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