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할 수 없는, 그래서 김혜윤이다[★인명대사전]

하경헌 기자 2024. 5.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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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김혜윤. 사진 아티스트컴퍼니



연기의 가장 기본은 리액션이라고들 한다. 한 명의 배우로서 인상에 남을 연기를 바로 하기는 누구나 쉽지 않다. 보통 작은 배역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은 배역 중에서도 작은 역할이 리액션이다. 하지만 이 리액션의 가치는 폄하될 수 없다. 결국 리액션이 액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입지에 올라간 배우에게도 리액션은 중요하다.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함께 한 상대역을 빛나게 해주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자신도 자신이지만, 타인을 가장 빛내주는 배우는 누구일까. 배우 김혜윤의 이름이 꼭 나와야 하는 순간이다.

김혜윤이 임솔 역을 연기 중인 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가 굉장하다. 비록 전통적인 흥행 기준인 시청률에서 ‘선재 업고 튀어’의 성적은 전국 기준이든 수도권 기준이든(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6%의 수치를 넘지 못했지만, 화제성에서 있어서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김혜윤. 사진 아티스트컴퍼니



요즘 취재현장 어딜 가도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는 심심치 않게 체감할 수 있다. 드라마 자체가 주는 흡인력은 물론 이 드라마를 통해 청춘스타로 확고하게 발돋움한 류선재 역 변우석의 존재감도 커졌다.

하지만 드라마 인기의 요인을 잘 뜯어보면 그 안에는 여주인공 임솔 역 김혜윤의 지분도 엄청나게 큼을 알 수 있다. 류선재가 돋보이는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드라마의 흥행 포인트는 바로 이 류선재의 매력이 얼마나 잘 드러나느냐에 달려있고, 이는 극에서 류선재를 바라보는 임솔의 리액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혜윤은 지금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는 많은 주연배우 중 보기 드물게 오랜 담금질의 시간을 가져온 배우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운 김혜윤은 2012년부터 연기공부를 시작해 2013년 KBS1 드라마 ‘TV소설 삼생이’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김혜윤 출연장면. 사진 tvN



이후부터는 여러 드라마를 옮겨 다니며 조단역의 시절을 거쳤다. 15학번으로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 입학할 때도 그는 수많은 연기 지망생 또는 유망주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 2019년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역할은 아역 아니면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 배역에 한정됐다.

그러던 그에게 반전의 전기가 돼준 작품은 바로 2018년 시작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이었다. 그는 극 중 강준상(정준호), 한서진(염정아) 부부의 장녀로 성적 위주의 교육 때문에 뒤틀린 학생을 연기했다. 엄밀한 의미로 선역이라 보기 힘들었다.

입지가 올라간 이후 곧바로 출연한 작품이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였다. 주연으로 발돋움했지만 1인3역을 해야 하는 어려운 작품이었다. 2021년 tvN ‘어사와 조이’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여주인공이었지만 조선시대의 규율에 맞지 않는 이혼녀였고 그럼에도 삶을 씩씩하게 일구는 김조이를 연기했다.

2019년 방송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강예서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윤. 사진 JTBC



그렇게 선역의 느낌을 하는 듯했으나 다시 ‘설강화’에서 계분옥 역으로 의외의 선택을 한다. 극 중 호수여대 기숙사의 전화교환원으로 사사건건 은영로(지수)의 행동을 방해하고, 스스로 대학생이지 않은 열등감을 품고 뒤틀린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급으로 성장한 여배우가 이렇게 자유로운 작품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김혜윤은 2022년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세상의 부조리에 시련을 겪다 거꾸로 분노를 발산하는 구혜영 역을 맡았다. 드라마에서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스스로를 철저히 놓은 그의 연기는, 김혜윤이 명성과 실력 중 어느 부분에 집중하는지를 알게 해줬다.

2021년 방송된 tvN 드라마 ‘어사와 조이’에서 김조이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윤. 사진 tvN



이번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혜윤은 흔히 다른 작품에서처럼 모두가 돌아볼 만한 빼어난 미모나 존재감을 가진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극에서 스스로가 해야 할 가장 적확한 역할을 알고 연기하는 배우다. 그가 ‘최애’인 선재를 보며 동경하는 눈빛과 스스로의 상황을 타박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선재의 죽음을 맞이해 비통해하거나, 과거에 가서 선재를 만나 감격하고 그에게 빠져드는 모습들은 김혜윤의 얼굴과 몸짓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났다.

오히려 보는 사람들과 인물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수많은 시청자들이 임솔에 몰입해 선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줬다. 이 상황에는 무엇에 규정되지 않지만, 역할에는 완벽히 스며들어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 ‘김혜윤식’의 연기가 서렸다. 그의 이러한 헌신으로 변우석은 스타덤에 올랐고, 작품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2022년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구혜영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윤. 사진 리틀빅픽쳐스



김혜윤은 ‘어사와 조이’를 마친 2021년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단역의 오랜 시간이 지금의 발판이 됐고, 그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며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많다. 어떤 배역이든 열심히 노력해서 소화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규정될 수 없다.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신뢰감을 준다. 그리고 맡은 역할이 필요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연기한다. 그래서 김혜윤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그의 진가를 서서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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