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44] 주술(呪術)이란?
주술이 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21세기의 ‘과학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주술을 이야기 하려면 직접 주문을 한번 외워보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함부로 단정하면 안 된다. 주술의 핵심은 주문(呪文)을 외우는 것이다. 주문은 신(神)들을 설득하는 소리이다. 일단 하늘에 신(神)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늘도 한두 개가 아니다. 33천(天)이 있다. 최고신인 하느님을 비롯해서 그 밑에 여러 차원의 ‘꼬붕(?)’ 신들이 있다. 이 신들로부터 와이파이 기능처럼 전파, 에너지, 영감, 파워가 주문을 외우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수가 있다. 모든 종교의 밑바탕에는 이 주술(주문)이 깔려 있다.
고려시대 16국사를 배출한 순천 송광사. 근래 송광사에는 그 빛나는 전통을 계승한 구산(九山·1910~1983) 스님이 계셨다. 독일, 덴마크,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외국인 제자들이 특히 이 스님 밑에서 감화를 많이 받았다. UCLA 교수를 했던 로버트 버스웰(71)도 젊었을 때 송광사 구산 스님 밑에서 방 청소하고 마당 쓸었다. 화두선(話頭禪)을 하면서 말이다. 구산의 별명 가운데 하나가 ‘이발사 스님’이었다. 출가하기 전에 속가에서 이발사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발사가 폐병이 걸려 버렸다. 약도 없던 시절이라 폐병 걸리면 많이 죽었다. 어느 날 머리 깎으러 왔던 손님 하나가 ‘폐병도 주문 외우면 낫는다’는 말을 해주었다. 죽을 날을 생각하던 이발사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죽자 사자 주문을 외웠다. 눈만 뜨면 입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폐병이 나아 버렸고,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그 주문이 천수경(千手經)이었다. ‘천수 다라니’라고도 한다. 천 년 넘게 한국 불교에서 가장 신봉하는 주문이다. 이거 외워서 병 낫고 소원 이뤘다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불교에서는 주문을 다라니라고 한다. 다라니의 뜻은 진언(眞言)이다. 진짜 말[言]이다. 인간의 말은 가짜 말이 많다. 가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한다. 진언은 사기 치지 않는 말이라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사람의 소질이 각기 다르듯이 주문을 외우는 데 소질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이런 인재들을 뽑아서 고려 시대에는 주금사(呪噤師)라는 특별한 직책으로 양성하였다. 주문을 외워 질병을 낫게 하는 일종의 의사 비슷한 존재였다. 고액 연봉이었다. 현재 일본 왕가 주변에도 주금사가 있다고 들었다. 총리가 외국 나갔다 오면 주금사가 드라이 클리닝을 하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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