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19] 나 홀로 집에
나 홀로 집에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
창틀에 앞발 올려놓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집 안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
밀린 글쓰기에 한동안 골몰하다가
무슨 기척이 있어
밖으로 눈을 돌리니
밤하늘에 높이 떠오른
보름달이 창 안을 들여다본다
모두들 떠나가고
나 홀로 집에 남았지만
혼자는 아닌 셈이다
-김광규(1941~)
복실이는 아마도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일 테다. 집이 하도 조용하니, 인기척 하나 들리지 않으니 무슨 일인가 싶어 방 안을 살핀다. 시간이 흐르고 밤이 되어 이번에는 보름달이 둥실 떠서 창 안쪽까지 달빛이 흘러 들어온다. 집에 아무도 없나 궁금해하면서. 시인은 혼자 집에 남았지만, 이처럼 한데서 집 안쪽으로 마치 한솥밥 먹는 식구처럼 문 열고 들어서려는 것이 있음을 알아챈다. 물론 그 착한 동거인의 기척은 잠잠할 때에 훨씬 더 잘 느껴질 것이다.
눈을 돌리면 곳곳에 함께 사는 존재들이 있다. 내 집에는 요즘 작약이 활짝 피어 툇마루며 집 안을 들여다본다. 바람도 지나가며 곁눈으로 내 살림을 둘러본다. 소금 같은 귤꽃은 피어 그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와 창문 유리에 하얗게 쌓인다. 가끔 이웃 사람이 찾아와 마당에 들어설 때 ‘집에 누구 계세요?’라고 물으며 내 집에 눈길을 준다. 내가 집을 잠깐 비운 사이에 우편물이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다. 결국 혼자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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