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엔카 신동’이 부른 ‘목포의 눈물’
양국 언어 자막 낯설면서도 신선
세계로 뻗은 한류 더 발전하려면
가치관 공유·문화교류 등 확대를
유튜브에서 MBN 예능프로그램 ‘한일가왕전’의 한 장면을 담은 영상을 우연히 봤다. 참가자인 한국 가수 린과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함께 나미의 ‘슬픈 인연’을 부르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빼어난 가창력의 두 가수가 한국어, 일본어 버전을 주고받으며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련 영상 몇 개를 찾아보다 짧은 걸로는 성에 차질 않아 얼마 전부터 정주행 중이다.
한국 방송에 히라가나, 가타카나 자막이 흐르는 것도 신기하다. 일본 노래에는 일본어 자막을 앞세우고 한국어 자막을 덧붙였다. 오랜 시간 일본어를 ‘나쁜 말’로 여겨왔고, 지금도 일상에서 몰아내어야 할 언어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도전적인 시도로 느껴진다. 일본인 가수들 이름표는 상단에 일본어로 크게 표기하고, 그 아래에 한글로 적은 것도 눈길이 간다. 일본인 출연자를 위한 제작진의 배려일 것이다.
한일가왕전은 지난달 2일 첫 방송을 했고 지난 7일 6회로 막을 내렸다. 방송 기간 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1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도 여러 개다. 인기가 상당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호불호가 선명한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외국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련해 짚어볼 대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좀 적극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성, 특히 일본에서의 폭발적 인기를 발판 삼아 세계 곳곳으로 확산된 한류가 앞으로 더 발전해 가기 위한 힌트가 있지 않나 싶다.
한류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열광이다. 거칠게 말하면 상대국에 전해지는 한국문화의 일방향적 흐름이다. 한류를 숨김없이 자랑하고 뿌듯해 마지않는 포인트다. 하지만 이런 구도에서는 “송신인과 수신인 사이에 어긋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를 생산, 전파하는 한국과 그것을 소비하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 간에 한류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발생, 확대되고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류와 관련해 “한국이 일본에 대해 너무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는 한 일본인 전문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류는 이제 일본에서 일상화를 말할 만큼 정착했으나 ‘한국문화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일본인이 6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인 상대국도 윈윈하는 방법을 찾는 게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이 “서로에 대한 깊은 공감과 가치관의 공유”, “콘텐츠 교육 프로그램 교환을 통한 건강한 국제교류” 등으로 표현하는 것들이다. 오고 감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문화의 흐름은 쌍방향이 자연스럽다. 그 속에서 성장의 자양분을 찾아 선택하고, 포용하면 된다.
한일가왕전에 참가한 일본인 가수들이 한국에서 좀 더 인기를 얻고, 활동을 더 많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들을 통해 알게 되는 일본 음악은 근사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우리 노래의 매력은 색다르다. 그렇게 더해진 일본인, 일본문화가 한국문화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하는 또 다른 꽃으로 가꿔진다면 한국, 일본의 서로에 대한 공감도가 더욱 높아지는 거야 당연지사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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