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에 담긴 정성… 경양식 특유의 감성을 맛보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돈가스·함박스테이크·생선튀김에
직접 담근 깍두기와 크림수프까지
파티션 쳐진 테이블도 추억 불러와
그레이비·타르타르 소스 최고 궁합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도 감동 더해
집 근처에 있는 중랑천은 산책하기가 참 좋다. 어머니 어릴 적 이야기 속에는 중랑천변에는 판자집이 즐비했었고 그 시절엔 중랑천에서 물놀이도 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중랑천을 참 많이 찾았는데 서울 태생인 내게 중랑천변의 풀 내음과 물비린내는 가끔 시골에 놀러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 시절의 중랑천 둑방길은 날씨가 따뜻해질 때쯤이면 동네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나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왁자지껄한 저녁을 보냈었다. 그 당시에는 운동하러 나가면 둑방길에서 걷기 참 불편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가끔은 그 길 가득 풍기던 고기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립기도 하다.
그 둑방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장안동이 나온다. 둑방길 따라 산책하는 그 길 너머인 장안동은 바로 옆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먼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참 설레었다. 아들이 태어난 병원은 장안동에 위치해 있다. 산부인과 병원이 집에서 가깝고 또 시설이 좋기에 내게는 그저 옆 동네인 장안동을 그 병원 덕분에 자주 찾게 되었다. 입원해 있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과자나 김밥, 과일 등 이것저것 사러 돌아다니다 보니 아파트들 사이에 위치해 분명 고층건물들도 즐비한데도 거리 가득히 묘하게 빛나는 채광이 참 좋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장안정을 찾았다. 마치 옛날 경양식 집에 있을 법한 파티션이 쳐져 있는 테이블로 안내를 받고 둘러보니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임에도 혼자 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았다. 자리에 앉아 정식을 주문하니 곧 어묵 두 알이 들어간 국물과 수프가 나왔다. 콩소메(consomme)와 포타주(potage)가 함께 나오다니 정말 시작부터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국물에 담겨 있는 어묵 두 알이 참 고마웠다. 밥그릇이 아닌 넓은 그릇에 담긴 쌀밥, 경양식집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직접 담근 깍두기의 빛깔이 멋져 보여 입에 침이 고였다.
◆함박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는 싫어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다지거나 곱게 간 고기를 반죽해 뭉쳐 구운 요리로,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근사한 요리 한 접시가 되고 빵 사이에 끼워 먹으면 햄버거가 된다. 우리에게 비슷한 요리로는 떡갈비가 있다. 다진 고기를 치대어 반죽해 구운 요리라는 점에서 참 유사하다.
요리사의 관점에서 본 떡갈비와 함박스테이크의 차이는 반죽의 치댐 차이와 반죽 시에 양념을 넣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떡갈비는 반죽을 치대어 쫀쫀하게 만들고 함박스테이크는 최대한 덜 치대면서 모양을 만들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것이 좋다. 또 떡갈비에는 양념을 넣고 치대기에 직접 열을 닫는 프라이팬보다는 그릴에 구워야 덜 탄다. 함박스테이크는 구워준 후 소스를 뿌려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료(3인분)> 소고기 민스 200g, 돼지고기 민스 300g, 빵가루 10g, 우유 30ml, 다진 양파 20g, 다진 마늘 15g, 다진 버섯 20g, 소금 2분의1큰술, 건바질 약간, 흑후추 약간, 버터 15g.
<페퍼소스 재료> 돈가스 소스 50ml, 흑후추 2g, 그린페퍼 절임 2g, 휘핑크림 30ml, 우유 15ml, 가루 파르메산 치즈 10g, 간마늘 10g, 버터 5g
<만드는 법> ①다진 양파, 마늘, 버섯은 볶아 준 후 식혀 주고 위 분량의 재료와 섞어 치대어 준다. ②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 앞뒤로 구워준 후 200도 오븐에 7~8분 넣어 구워준다. ③페퍼소스는 냄비에 버터와 간 마늘을 볶아 준 후 우유와 돈가스 소스를 넣고 끓여준다. ④끓기 시작하면 휘핑크림을 넣고 그린페퍼 절임과 흑후추를 넣어 준다. ⑤가루 파르메산 치즈를 넣어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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