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폭행범까지 신상공개… '디지털교도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준경 기자 2024. 5. 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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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사라진 디지털교도소, 동명 사이트 운영
공익적 목적? 엉뚱한 사람 지목·자의적 기준 논란
심의 과정에선 사이트 전체 차단 적절성 논쟁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갈무리

디지털교도소가 다시 운영되고 있다. 과거 운영자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사이트는 심의 결과 차단 조치가 이뤄졌다. 다시 동명의 사이트가 운영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왜 논란이 됐나

디지털교도소는 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적 제재 사이트다. 12일 기준 이 사이트는 살인사건 피의자, 폭행사건 피의자, 워마드 운영자, 전세사기범 등의 신상을 공개했다. 최근 사건 가운데 부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의 얼굴 사진과 유튜브 주소를 공개했다.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된 대학생의 실명과 과거 쓴 게시물, 학력 정보 등을 올렸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성범죄자, 살인자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폭력, 전세사기,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등 각종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2020년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 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현재의 디지털교도소와 과거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는 다른 사람으로 추정된다.

디지털교도소가 문제가 된 이유는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이들의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범죄를 판단해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2020년 디지털교도소는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범죄자로 지목된 대학생이 무고를 주장하며 자살한 일도 있다. 신상을 공개한 이들 가운데는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의 범죄인 인도를 불허한 강영수 판사, 위안부 발언으로 논란이 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 등 범죄자로 보기 어려운 이들도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피해자의 신상이 함께 공개되는 문제도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시 피해자 신상까지 노출될 수 있어 신상 공개를 하지 않았다. 반면 디지털교도소는 신상을 공개했다.

2020년 사이트 차단 놓고 사회적 논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오는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접속 차단 여부를 심의한다.

2020년 심의 때는 결과적으로 '접속차단'이 결정됐지만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당시 통신소위에선 디지털교도소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방통심의위가 통신자문특별위원회와 권익보호특별위원회에서 자문받은 결과도 반반으로 팽팽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첫 심의 결과는 3:2로 해당없음이 의결됐고, 이후 재심의에 나서면서 4:1로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사이트 내의 게시물이 문제가 있다는 점에선 공감했지만 일부 게시물의 공익성이 있다고 볼 것인지와 일부 게시물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이트 전체 차단이 적절한지가 논쟁이 됐다. 통상 법원에선 사이트 게시물 전반이 불법일 때 '차단'을 결정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재영 위원은 심의 당시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원칙론과 현실론의 차이”라며 “공익적 기능을 감안하더라도 무고한 피해자 발생을 우려해야 한다”고 했다. 심영섭 위원은 “공익적 목적을 가졌다는 걸 인정한다”면서도 “상당수는 의혹 제기나 무고한 사람의 정보를 게시한 것도 있다”고 했다.

2020년 심의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확정적인 조사나 판결의 결과를 모아둔 것이라면 그나마 조금 이해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의혹 수준의 글이나 언론 기사 등까지 게시한다는 것”이라며 “그걸 기반으로 사적 린치를 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사이트 전체를 보라'고 한다. 모든 개별 게시글이 불법성을 갖는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일부 잘못된 게시글 외에 다른 게시글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공익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생성형AI로 제작한 디지털교도소 이미지.

운영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2021년 법원은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양영희 고법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디지털교도소 운영 외에도 대마흡연,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등 혐의도 있었다.

재판부는 디지털 교도소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 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며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1심 재판부는 “자의적인 정의감에 사실 내지 허위사실을 게시한 이 사건 범행은 특성상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며 피해를 원상회복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며 “실제 많은 피해자가 악성 댓글 등으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할 피해를 보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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