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황구지천 무리한 준설… 야생생물 보금자리 삼켰다 [현장, 그곳&]

오민주 기자 2024. 5. 1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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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시기 등 매뉴얼있지만 미준수... 수풀길 파헤쳐지고 새둥지 사라져
생태 환경 훼손… 민관 협력 필요, 수원특례시 “환경단체와 소통·진행”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대모잠자리 등 야생생물의 서식지인 수원 황구지천에서 무리한 준설 공사가 진행돼 생태계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준설 공사 여파로 바닥이 드러난 황구지천. 오민주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인 수원 황구지천에 무리한 준설 공사가 진행돼 생태계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하천 준설 시기를 명시한 매뉴얼을 마련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12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매년 하천 일대 홍수위 조정을 위해 하천 준설 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천 바닥에 쌓여 있는 퇴적토를 걷어 내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는 시의 무리한 준설 공사로 인해 어류 산란지 등 하천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이날 준설공사가 진행된 황구지천 상류 지점에 가보니,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발자국이 발견됐던 수풀길이 파헤쳐져 있었다. 또 물고기가 산란할 수 있는 물길이 메말라 있었었으며, 새들이 흙둑에 구멍을 내 만든 둥지가 사라져 있었다.

더욱이 환경단체는 시가 하천 유지관리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음에도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준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4월 말 공사가 진행된 수원 황구지천은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대모잠자리 등이 발견된 곳이기도 한 만큼 생태계 훼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준설 공사 시기가 고려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시는 지난 2021~2022년 7천9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수원시정연구원에 하천 유지관리 방안을 수립해달라는 연구용역을 발주, 생태환경을 고려한 하천 관련 지침 매뉴얼을 수립했다.

해당 보고서 안에는 하천 준설 시기는 비우기에 추진하되 수생태계(어류 등)에 부정적 영향이 큰 3~6월을 제외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하천 규모에 적합한 준설 장비 투입으로 하천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윤주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하천 생태계는 생물다양성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하천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전문가 및 환경단체, 주민 등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준설 시기 등을 조정해 수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오는 15일부터는 자연재해대책기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고자 했다”면서도 “앞으로는 하천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환경단체 등과 소통하고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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