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무대에 세월호 이선균 추모까지… 백상 주목할 장면

금준경 기자 2024. 5. 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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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 백상예술대상, 연기 철학 담아낸 이순재 특별무대 호평
유튜브 콘텐츠와 비정규직에 시상, 소외된 목소리 주목하기도
세월호 참사 추모한 조현철, 이선균 추모한 천우희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60회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를 통해 연기 중인 이순재. 사진=JTBC 캡처

올해도 어김없이 백상예술대상이 화제가 됐다. 지난 7일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시상 기준을 보여주면서도 90살 배우 이순재의 특별무대를 통해 변함 없는 연기의 기본을 강조했다. 기쁨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추모 등 메시지를 담은 발언들도 있었다.

기립박수 받은 이순재의 특별무대

배우 이순재는 연기자 배역 오디션에 참가해 질문을 주고 받는 형식의 극을 특별무대로 선보였다. “왜 아직도 연기에 도전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라고 답한다. 그는 “연기가 쉽지가 않다.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란 데가 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배우가 나올 때마다 참고하고, 배우는 항상 새로운 작품 새로운 역할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이순재는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주시면 고맙겠다”며 즉석에서 '리어왕'의 한 장면을 선보였다. 이순재의 연기에 최민식·황정민·정우성 등 배우들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유연석은 눈물을 글썽였고, '함께 연기를 해보자'는 제안에 최민식 배우는 고개를 숙였다.

이순재의 특별무대를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서 54만 회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백상 기획자 상 줘야 한다. 진짜 메시지를 너무 잘 전달했다”는 댓글에는 1900여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 '60회 백상예술대상' 이순재 특별무대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치는 유연석. 사진=JTBC 캡처

OTT에 이어 유튜버에게도 열린 백상

백상예술대상은 새로운 미디어를 적극 조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이 TV콘텐츠를 제치고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2022년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OTT 콘텐츠로는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유튜브 콘텐츠와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도 상을 받거나 후보에 올랐다. 남자 예능상 수상자는 연예인이 아닌 방송 제작자인 나영석 PD에게 돌아갔다. 그의 수상 소감 첫 마디는 “죄송합니다”였다. 그는 “후보로 지목된 것만 해도 이상하긴 하지만 재밌어서 나왔는데 상까지 주시니 수상소감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콘텐츠 제작자인 그는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 직접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TV방송의 틀을 깨고 초보 인터넷방송인으로 다시 시작한 그의 행보를 평가한 것이다.

▲ '6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예능상 후보.

남자 예능상에 본업이 '유튜버'인 이말년 작가(침착맨)가 후보에 오른 점도 이례적이었다. 여자 예능상 수상자인 홍진경씨 역시 유튜브를 통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엔 유튜브 예능 콘텐츠 '피식쇼'가 유튜브 콘텐츠 최초로 TV 예능 작품상을 받았다. '피식쇼' 수상에 관해 심사위원인 김교석 칼럼니스트는 JTBC 보도를 통해 “급진적인 변화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예능 트렌드가 바뀐 건 하루 아침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라며 “TV를 벗어난 크리에이터들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최근 몇 년에 걸쳐 몸소 증명했다”고 했다.

소외된 목소리 담은 작품도 주목

지상파 콘텐츠가 위기라고 하지만 '교양'에서 저력을 보였고 백상은 이를 평가했다. KBS 1TV '일본사람 오자와'가 교양 작품상을 수상했다. 일본 기업에서 부당해고당한 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 온 일본인 부부의 시선으로 한국 노동 현장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하는 내용이다. TV부문 예술상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SBS '고래와 나'의 김동식, 임완호 촬영감독에게 돌아갔다.

TV 부문 심사위원들은 “미디어산업계에서 가장 소외된 비정규직 전문직군의 역량에 예술상의 영예를 안기고 거대담론이나 물량이나 명분에 호소하는 작품보다 근본적인 다큐멘터리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에 교양작품상을 돌린 것도 백상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했다.

백상은 세월호 참사도 기억했다. 소외된 목소리에 주목하는 구찌임팩트어워즈 부문에선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들을 모티브로 만든 '너와 나'가 수상했다. 지난해 이 부문에는 콜센터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상을 받았다.

세월호 이선균 향한 추모 발언

배우 겸 감독인 조현철은 '너와 나'로 받게 된 구찌임팩트어워즈 수상소감을 통해 “세월호 10주기다. '너와 나'는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어떤 이들에겐 잊혀지기도 했지만 봄이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파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했다. 그는 2022년 '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D.P'로 TV부문 남자조연상을 받았는데 당시에도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군, 변희수 하사, 이경택군, 세월호 아이들,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 '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조현철. 사진=JTBC 캡처

고인이 된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는 자리도 있었다. 영화 부문 각본상 시상자로 나선 천우희는 이선균이 출연한 '킬링 로맨스' '잠'이 후보에 오른 점을 언급하며 “후보작 두 편에서 이선균 선배님의 모습이 보인다. 작품 속에서 보여주신 선배님의 연기는 영원히 저희 가슴 속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12·12 군사반란을 조명한 '서울의 봄'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황정민 배우는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에 투자와 제작 등 과정의 고충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관객들 역시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분들이 용기가 필요했던 작업이었다”며 “어려운 시기에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들의 큰 용기 덕에 좋은 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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